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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결 Jun 07. 2024

TENERA bread & meals [東京]

투박한 전립분의 이면, 유려함

TENERA bread & meals


통창 너머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アリスさん(아리스)

대부분의 경험은 시간에 떠밀려 흐릿한 잔상이 된다. 어떤 경험은 시간을 역행하여 현재에도 큰 영향을 준다. 후자의 경험은 도끼로 머리를 내려찍는 듯한 충격을 받곤 한다.


내게 TENERA는 날선 도끼였다. 이곳을 만나고 빵에 대한 생각도, 입맛도, 취향도 변하였고 뚜렷해졌다. 어떤 생각으로 빵을 만들 것인가,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물음들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셰프인 仁人さん(요시토)은 원래 패션디자이너였지만, 36세에 갑작스레 빵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유명점 Parlour Ekoda 와 TOLO PAN에서 경험을 쌓고 2020년 8월 지금의 Tenera bread & meals를 오픈.


빵을 선택한 이유로는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의(衣) 식(食) 주(住). ‘의’보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 믿었고 그 중에서도 일본인들의 생활에 밀착해있으면서 가격의 접근성이 좋은 빵을 선택. 때문에 단순히 맛있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빵을 추구한다. 모든 빵에는 가게 내에서 자가 제분한 九州産 무농약 밀가루 전립분을 사용한다.

수많은 도쿄의 빵집을 다녀보면서 느낀 것.

모든 제빵사들이 저마다의 철학을 갖고 빵을 만들고 있다. 깊고 무르익은 철학은 빵에도 투영되어 깊은 맛을 낸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드는 빵과 그렇지 않은 빵은 다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다.


나에게 TENERA는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아는 빵집이다. 그들은 빵을 통해 그들의 존재의의를 소비자에게도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능력을 갖고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TENERA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왜 존재하고 있는지를 납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빵으로서는 꽤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빵을 구매한다. 나도 훗날 다른 곳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경험을, 시간을, 빵을 제공하고 싶다.


참고로, TENERA는 이탈리아어로 친절한, 사려깊은, 애정있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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