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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감정 뒤엔 이유가 있다

내 안의 감정 회로를 이해하는 셀프코칭

by 배은경

"왜 그 사람의 한 마디가 나를 요동치게 할까?"

“왜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늘 똑같이 화가 날까?”

“그 말투만 들으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건 왜일까?”

“아무 일도 아닌데 눈물이 나는 이유는 대체 뭘까?”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 있지 않나요?


우리는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립니다.

그 감정의 뿌리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나’에 닿아 있습니다. 감정은 단순히 그 순간의 기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연결된 무의식의 반응입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내 안에 ‘앵커’처럼 심어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때로 감정에 끌려다니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비슷한 상황, 반복되는 감정, 무의식에 저장된 ‘앵커(Anchor)’의 작동일 수 있습니다.


앵커링(anchoring)은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 )의 핵심 기법 중 하나로, 특정 감정과 감각(자극)이 연결되어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유도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NLP에서는 특정 감정이 특정 자극에 연결되는 현상을 ‘앵커링(Anchoring)’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꾸중을 들을 때 들었던 차가운 말투, 실수 후 따가운 시선, 이런 경험은 무의식 깊숙이 저장되어, 비슷한 자극을 마주할 때마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옵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특정 냄새에 어린 시절이 기억나며, 누군가의 말투나 표정에 이유 없이 화가 날 때, 그건 ‘과거 감정과 현재 자극’을 연결한 감정 앵커가 작동 중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과도하게 반응했다면, 그건 지금의 사건이 아니라 과거의 감정 앵커가 눌렸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지금의 내가 아닌 것 같은 감정'에 휘말리곤 합니다.


감정은 흐르는 것인데, 왜 나에겐 늘 똑같은 감정만 되풀이될까요? 그건 감정 자체가 아니라,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패턴의 중심엔 앵커가 있습니다.


민경은 팀장이 “이건 네가 더 신경 썼어야지”라고 말할 때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자존감이 떨어졌다. 돌아보니, 어릴 적 아버지가 늘 비난하던 말투와 똑같았다는 걸 깨달았다.
민경의 감정은 팀장 때문이 아니라, ‘비난받는 느낌’과 ‘무력감’이 연결된 과거의 앵커 때문이었다.
20대 후반 직장인 H는 상사가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했어요”라고 칭찬해도 어색하고 불편하다. 내심 피하고 싶다. 어린 시절 칭찬 뒤엔 늘 “근데 다음엔 더 잘해야 돼”라는 조건이 따랐다.
‘칭찬 = 부담, 당혹감, 불신, 자기 검열’이 연결된 과거의 앵커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상황과 감정을 글로 적다 보면 자신의 패턴을 알 수가 있습니다. 패턴을 알면 대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올라오면 '잠깐 멈춤'을 하고 재구성을 하고 상황에 대응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평온함을 설정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앵커링을 통해 무의식에 저장된 감정을 다시 설정(re-anchoring)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을 자극하는 ‘버튼’을 바꾸는 겁니다.


자신을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글로 적어보는 것도 '행복 앵커'가 됩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상황 등을 계속 생각하지만 행복한 상황은 흘려보냅니다.


자신감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손끝을 살짝 쥐는 것, 평온했던 장면을 상상하며 깊은숨을 들이쉬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은 장소를 떠올리는 것 '자극에 대한 반응 패턴'의 재료가 됩니다. 이런 모든 행동은 새로운 ‘감정 앵커’가 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감정 뒤에는 늘 이야기가 있고, 나를 보호하고 싶은 '긍정적 의도'가 있습니다. 내면의 소리를 들어주는 순간 스스로 해결하고, 반복되는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건강한 감정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반복되는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면 삶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불행은 관조하고 행복은 몰입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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