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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은경 Oct 02. 2023

제주에 살게 되면서 보이는 것들

밭이 나쁘면 좋은 씨앗도 자라지 못한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밭 만들기' 과정이 필요하다.


제주에 이주해서 야심 차게 풍성한 텃밭을 꿈꾸었다.

'야채 마트가 있는 우리 집'을 꿈꾸며 열심히 땅에 씨앗을 뿌렸지만 씨앗이 발아가 되지 않거나 새싹이 나도 손가락 길이 이상 자라지 못했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저절로 자란다고 생각했고  내가 할 일은 수확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수확한 쌈채소로 풍성한 식탁을 상상했지만 수확량은 거의 없었다.

손가락길이의 상추 몇 개 정도....


강아지들도 텃밭에서 뛰어다녔으니 지금 생각하면 씨앗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흙을 부드럽게 고르고 돌멩이와 잡초뿌리도 걸러내줘야 한다.  

두둑도 만들고 이랑도 만들어 물 빠짐을 도와줘야 한다. 미리 거름도 뿌려서 밭 만들기가 필요하다.


씨앗이 잘 발아도록 상토에 씨앗을 심어 모종으로 키워서 땅에 옮기거나 정돈된 밭에 씨앗을 뿌려도 된다.


무지한 나는 거친 땅에  부추 씨앗을 뿌렸는데  고맙게도 부추는 스스로 잘 자라   부추 수확의 기쁨을 나에게 선물하고 있다. 부추꽃도 보여주는 부추가 기특하고 고맙다.

부추 꽃


그런데 음식을 하려고 부추를 잘라보니 달팽이가 엄청 많았다.

'텃밭의 무법자 귀여운 꼬마 달팽이'가 귀엽다고 하기에는 고민이 많다.


부추를 샀는데 달팽이가 덤으로 온다면 놀라기는 하겠지만 무농약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올해 김장을 결심하고 배추와 무 씨앗을 상토에 심었다.

텃밭의 무법자 '귀여운 꼬마 달팽이'는 무와 배추씨앗이 열심히 키워놓은 손가락크기의 무와 배추에 여기저기 구멍을 만들면서 먹었고 뿌리만 남아있는 배추와 무도 있었다.(범인은 달팽이와 이름 모를 벌레)


야심 찬 배추김치 만들기는 포기하고 다 뽑아서 나물을 만들어 먹고 된장국으로 만들어 먹었다.


다시 심으려고 무와 배추 씨앗을 준비했는데 벌레와의 전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씨앗 심기를 미루고 있다.

벌레를 잡으면서 키워야 하는데(달팽이와 이름 모를 벌레 포함) 포기하고  기다려 본다.


곧 벌레가 없는 시기에  씨앗을 뿌리고 자라기만 해 준다면 제주는 겨울 내내 무와 배추를 노지에서 수확할 수 있다.  

눈을 맞은 열무

제주에 이주하기 전 아파트에 살면서  식물을 오랫동안 길렀다.

천 원 하는 나무 화분을 구매해서 키가 1m가 넘게 키운 나무 화분도 있다.


제주로 이사 오면서 아파트에서 나눔을 하고 '난' 심은 화분들만 가져왔다.


동양란기품과 꽃이 피면 난향이 좋았고  '서양란(양란)'의 화려함이 좋았다.


결론 말하면 화분에 있던 '난'들을 데크에 놓았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고 빈 화분만 남게 되었다. 난 화분에 딸기 모종을  옮겨 심어보니 딸기꽃도 보고 딸기도  탐스럽게 열린다.  화분의 역할이 바뀌었는데 삽목 한 로즈리도 잘 자라고 있다.


제주에 와서 보니 맥문동이 많았다.

생각해 보니 아파트 화단에도 맥문동이 있었는데 관심을 주지도 않았었다. 제주 오기 전에는 맥문동도 알지 못했었다.


집 여기저기  자생하는  맥문동을 뽑았는 뿌리까지 제대로 뽑지 않았더니 영역을 확장했다.  지금은 군락을 이루게 하여  키우고 있다. 그늘진 곳에 잘 자란다고 하는데 그늘진 장소도 햇볕이 있는 장소도  잘 자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맥문동은 약초로 한방에서는 강심제로 이용한다고 한다.


맥문동은 자생력 강한 것도 으뜸이고  보라색으로 군집을 이룬 꽃들을 보면 예쁘고 신비롭다. 


장날 호박 모종과 수세미 모종을 동시에 사서 심었다. 호박꽃과 수세미 꽃의 다름과 아름다움도 이제는 알게 되었다.



호박꽃                                           수세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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