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산다는 것을 2015년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제주도와 육지를 오가며 강의를 하던 어느 날 제주도 집에 와보니 강아지 찌아를 남편이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의도하지 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주도를 가면 찌아는 어른 강아지가 되어 있었다.
나와는 정도 들지 않았고 실내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은 위생상 더럽다고 생각했었다.
간식을 줄 때도 무서워 고무장갑을 끼고 주었는데 어느 날부터 경계가 무너졌다.
나는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찌아를 사랑하게 되었다. 육지에 있는 일주일 동안 찌아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이제는 제주도에 살면서 강의가 있는 날은 첫 비행기를 타고 육지에서 강의하고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온다.
찌아에게도 자식이 있어서 알콩달콩 살면 좋겠다는마음과 가족을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고민이 많았다. 남편이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나게 해 주었고 찌아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알콩달콩 환상은 무너지고 육아 전쟁이 시작되었다.
찌아의 세 아이들은집단행동으로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고 귀여운 강아지 시절은 잠깐이고 성견이 되었다.
찌아 딸 장군이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나는 금상첨화보다는 설상가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찌아와 찌아 아기 둘 정도면 찌아도 외롭지 않고 찌아 아기들도 둘이서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대가족이 되었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유튜브에 다섯 아이들의 일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아이들의 영상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다.
물론 항상 좋기만 한 거는 아니고 힘겹기도 하다.
경마장의 경주마 수준으로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노는 잔디는 군데군데 구멍이 있고 잔디가 죽어있다.
처음에는 텃밭에 야채를 심어 먹겠다는 부푼 꿈을 꾸며 상추도 심고 부추도 심고 여러 작물들을 심었다. 아이들은 개념이 없었고 못 들어가게 말리느라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운동장인 줄 알고 뛰어놀아 이제는 텃밭도 없앴다. 꽃밭도 꼭 들어가서 향기를 맡고 다니는 아이, 담벼락에 앉아 있는 꿩을 잡겠다는 아이, 나비 그림자를 쫓아다니며 나비를 잡겠다는 아이, 새들의 짹짹 소리에 무관심한 아이와 멍멍으로 화답하는 아이, 반응하는 상황도 좋아하는 취향도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