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빈에게 쓰다 56

56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 읽으라

by 블랙빈

의도적인 반복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게으른 반복은 하품을 자아낸다.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장이나 단어 조합이라도 다시 한번 집어넣으면 그 힘이 약해질 뿐이다.(p289)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타인과의 만남,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내 안에 반짝이는 숨은 잠재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힘이다’라고 작가 정여울은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에서 말했다.


나는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타인과의 만남을 넘어 나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독서'를 통해 내 지나온 시간을 스스로 돌아보고 그것으로 지금의 나를 알아가며 글을 쓰는 힘을 얻고 있다. 읽고 쓰는 행위로 삶의 동력을 얻고 있는 이 시간이 나와 남편과 가족들에게 가닿는 신호가 되었다고 믿는다.


지워도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무의식의 검은 그림자가 나를 괴롭힐 때가 있었다. 일상이 멈추고, 깊은 좌절 속에 죽을 것만 같은 슬픔의 시간을 보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다시 사랑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고 극복할 나만의 처방전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사랑하는 시간으로 힘듦의 시간을 극복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찾았다. 그 시간들로 잊고 있었던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이었는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직 나의 시선으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고 어제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오늘을 살아갈 나를 챙기는 글을 쓸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 내 삶은 충분히 충만하고 눈부시다.


읽고 쓰면서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앞으로의 삶에서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들과 잊어야 할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살핀다.


상실의 고통은 역설적이게도 내 삶을 충족시키는 변화를 나에게 선물했다.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 선물로 알아차리게 했다.


그 앎으로 지금의 눈부신 나를 만났다.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나를 지켜준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내 성장의 자양분인 읽기와 쓰기로 나는 ‘나’라는 존재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임을 시시각각 깨닫는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건네는 사람으로 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유쾌한 내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하루도 남편이 건네는 일상의 말소리와 책과 글에서 들려오는 낯선 북소리 그리고 익숙한 글소리로 내 주위가 시끌벅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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