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행복은 기준이 있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필사 책으로 조정민의 『사람이다 선물이다』를 선택했다. 늘 말하고 주장하던 기자에서 늘 말을 듣고 섬기는 목사님이 되신 작가의 잠언록 궁금했다.
하루 필사 할 분량이 짧게는 두 줄, 길게는 다섯 줄을 넘지 않는다.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리는 손가락의 상태가 주의를 요함 상태에 있어 많은 양의 필사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계묘년에는 다른 방식으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오늘 필사 문장 중에 ‘행복은 조건이 아닙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를 적으며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사실 첫 줄의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돈이 있다고 행복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부터 걸렸다.
나는 아니다. 나는 돈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고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 병들면 행복하지 않고 건강해야 행복하고 행복은 조건이라 생각한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속 인물 허클베리 핀처럼 도시의 삶이 아닌 자연의 삶에서 살았다면 몰라도 태어나면서부터 도시에서 돈으로 물질을 구입하는 삶을 살았던 나로서는 돈이 행복의 척도가 되고 기준이다.
나에게 행복은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행복해지는 감정이 아니다. 행복하려면 행동해야 하고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 조정민 목사님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서 내가 행복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행복해야 사랑하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수동적인 객체이기보다 적극적인 주체이고 싶다.
나에게 있어 행복은 조건이다. 내가 만든 조건이든 사회가 만든 조건이건 그 조건에 따라 행복하다고 느낀다. 2022년 여러 챌린지와 프로젝트를 참여하고 실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대견함과 뿌듯함을 느낀 것만으로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성공 후 보상을 받으면 더 즐겁고 기쁘다. 보상으로 나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해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물질이 기쁨으로 그 기쁨이 행복으로 순환되어 작용하길 바란다.
갱년기로 우울증으로 마음이 무너지고 마음이 허물어지니 몸도 같이 넘어졌을 때 어느 하나가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첫 시작은 경제적인 휘청거림이었다. 안정적인 생활의 흔들림으로 오는 정서적인 흔들림이 몸을 지탱했던 주춧돌을 흔든 것이다. 몸의 흔들림이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었고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행복하지가 않았다. 흔들린 것이지 무너진 것이 아님에도 그랬다. 그래서 알았다. 나에게는 행복의 척도가 있고 그 척도에는 조건이 있음을.
물론 조건이 다 갖춰진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이 아님을 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어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고, 둘 다음이 셋넷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많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지지 못했다고 다 불행한 것이 아님을 안다. 그럼에도 나에게 행복은 척도로 규정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느껴지는 감정이다.
하기 싦을 것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력이 있었으면 싶고,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며 걷고 싶은 곳을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났을 때 노트에 필사를 할 수 있는 아픔 없는 손가락을 갖고 싶고, 맛있는 음식 앞에 소화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위장과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수면에 전혀 장애가 없는 카페인에 무딘 몸이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것들을 위해 주어진 삶에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이길 바란다.
한마디로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욕망덩어리이다. 사실 이런 것들이 다 채워진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고 덜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고백이다. 일단 나는 그렇다. 오늘도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