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생의 역사를 위한 내 모습의 시작 점
얼마 전에 읽은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에서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말인 ‘인생‘이라는 단어에 자신이 애정하는 시인들의 시로 느끼고 알았던 것을 고통의 각, 사랑의 면, 죽음의 점, 역사의 선, 인생의 원, 반복의 묘라는 얼개로 자신의 인생 역사를 표현했다.
지식의 풍부함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도 과하지 않음으로 표현된 그의 문장은 진솔했다. 지식이 얕은 나로서는 나의 삶을 지적으로 표현할 자신도 능력도 없다. 해서 인생 대신 나의 모습을 죽음의 점이 아닌 시작의 점으로 출발해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으로 반성보다 고마움과 사랑의 관점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일이 생기면 그것을 되도록 빨리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보기보다 편협하게 한 점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 점으로 내 안이 아닌 밖을 보며 ‘내 탓이오가 아니라 남 탓이오’로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하는 것으로 우선 회피를 한다.
일을 재빨리 누군가에게 넘기며 회피하는 것으로 내 점은 누군가에게로 가는 연장선이 된다. 내 일이 너의 일이 되고, 해결의 책임이 나뿐만이 아닌 너와 함께가 된다. 내 어깨에 짊어진 짐을 누군가의 어깨에 내려놓는다. 그렇게 점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선이 되도록 성급함의 각을 세운다. 각은 예민함을 끌고 오고 끌려온 예민함으로 일은 연장선이 아닌 내 속으로 더 깊게 파고든다. 고통의 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아픔도 커지고 그 아픔이 슬픔으로 가중된다.
결국 그 각이 민감하게 나를 몰아붙여 면이 된 벽에 부딪치게 되고 뒤로 넘어지게 만든다. 우울의 수렁에 빠지고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게 된다. 깊게 가라앉고 나서야 허우적거림을 멈추고 생각한다. 돌아본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한 점,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일이 생겨난 원인이 밖이 아닌 안에 있다는 점을 그제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점이 연장선이 되지 않고 단선斷線이 되게 하고, 고통의 각이 아닌 초연超然의 각으로 어떤 감정도 끌어오거나 당기지 않고 잠잠하게 흐르도록 자연스럽게 두고, 스스로 가진 점이 단점만이 아니라 장점과 관점이 있음과 가진 면 중에 앞면, 뒷면, 옆면, 윗면, 아랫면뿐만 아니라 빗면도 있음을 알아간다.
알고 깨닫고 나서야 그 문제가 일어나게 된 여러 요인들을 다시 살핀다. 나의 시각을 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사고를 다각도를 넘어 원으로 돌리면서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찾는다. 우선 멈춤으로 생겨난 회전 교차로에서 여러 해결 방안을 놓고 살핀다.
그렇게 묘안이 떠오를 때까지 반복의 묘를 즐기고 기다릴 줄 아는 지구력을 가진 내가 된 점이 나의 면 중에서 가장 훌륭한 점이 되어 간다. 살아가면서 나의 모습이 담긴 면에 다른 점들도 더 많이 찍혀야 함을 배우고 깨닫는다.
많이 찍힌 점으로 그려지는 선이 아름다운 곡선이 되고 그 선이 닿는 면에 좋은 어른이 된 내가 길을 돌아오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게 되길 바란다. 나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즐거움과 아픔을 경청해서 묘사할 줄 아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감각을 가진 오감의 사람으로 인생이라는 원에서 스스로에게 고마워하고 자신의 내면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는 염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