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에게 주어지는 하루, 기적 같은 오늘
나에게 하루는
늘 환하게 떠 있는 태양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울하게 내리는 비도 아니다.
폭삭해 보이지만 만지면 차가운 눈도 아니고 ,
시야를 가리는 안개나 나무를 휘청거리게 만드는
바람도 아니다.
하루는
어제와는 그 모양이 달라져있는
밤하늘의 달 같기도 하고,
겨울엔 따스한 국화차 한잔으로,
여름엔 시원한 아이스티로,
봄가을엔 산과 들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야생의 꽃으로 와닿고,
어느 날 길을 잃고 헤맬 때 바라보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의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난다.
어제와 내일을 이어주는 시간으로
또 어제를 추억하게 만들고
내일의 꿈을 꾸게 만드는 오늘.
스물네 시간의 이 하루가
내가 늘 바라는 모양은 아니지만
그 본질은 같음을 알아 간다.
하루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함 속의 작은 어떤 몸짓이나
행동 하나로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임을 알고,
이 하루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갈지 결정하고
그 쓰임새를 정하는 사람이 '나'임을 안다.
오늘도 하루를 맞이했다.
벨기에의 반뉘는
프랑스 루르드처럼 기적의 샘물이 솟는 곳이어서
수많은 병자들이 그 샘물에 손을 담그면서
기도를 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자고 일어나는 일이 기적의 샘물 반뉘에
내 몸이 담가졌다가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밤새 반뉘에 담가졌던 나는
겹겹이 쌓여있던 무거움도,
곤두서 있던 신경도 느슨해지면서
한결 가벼워진 몸이 되어 아침을 맞는다.
가만히 눈을 뜨고 일어나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햇살을 받고 있노라면
말라있던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나무이고,
언 땅에서 돋아나는 작은 새싹이 된다.
하여 하루 동안
주위에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자라게 될 그런 나무가 되고,
지나가는 누군가가 무심결에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진 풀이되고 들꽃이 된다.
반뉘의 물로 하루하루 크고 있는 여린 나무에
어떤 잎과 꽃들이 피어 있을지,
이 나무의 잎과 꽃들이
어떻게 쓰이고, 무엇으로 남을지
‘나’ 만이 아는 것이다.
마음의 화단에서 키우는 만큼 자랄 것이고,
노력한 만큼 퍼져 나갈 것이다.
작고 얕다고 덜 좋은 것도, 넓고 깊다고
더 좋은 화단인 것도 아니다. 그저 그 화단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중에
요란스럽게 치장하지 않더라도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얼마나 무엇이 있는지
하루하루 찾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서 '행복한 나'로 살 것 같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