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따라 걷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시간의 길을 따라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느닷없이 아픈 아이
나라를 지키러 바다로 간 아빠
차가 있어도 운전이 안 되는 무면허의 엄마
둘러업고 나가도 택시가 없는 소도시의 밤
울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 시각
그 길에 멈춰 선 승용차 한 대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준 그 사람이
내 눈엔 비오 성인이었다
나도 나를 나로 믿으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나를 나로 믿으며 살아가기에 자주
아이가 아프고 다쳤다
왜 아이는 나 혼자 집을 지킬 때
더 많이 아픈 건지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하느님의 시간 말고는
겁 없는 약속을 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해주시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보겠노라고
일곱 살 때까지
자주 아파 넘어지던 아이가
하느님의 시간이 시작된
여덟 살이 되면서 넘어지지 않았다
단단하고 굳세어졌다
약속을 지키느라
시키는 일은 할 수 있는 한 다 했다
하지 않으면
아이가 다시 휘청일까 무서웠다
그러다 내가 쓰러졌다
그제야 알았다
나를 묶어 놓고 매어놓은 것이
약속이 아니라
스스로 채워놓은 족쇄라는 것을
사랑으로 내민 손을 계약으로 여겼음을
그 약속을
억압이라 여기고 뛰어다녔던 시간 동안
제대로 그 길로 가지도 못했다는 것을
내민 손을 잡고
다시 시간의 길을 걸으며 알았다
마르타의 행동이 아니라
마리아의 마음이면 된다는 것을
뛰지 않고 믿음의 보폭으로
조용히 걷기만 해도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그 시간의 길을 가는 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