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충만한 하루, 충분한 하루
내 걸음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살펴보면서
내 걸음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무슨 소리를 내는지 듣지 않았다.
어떤 날은 운동화를 신고
어떤 날은 슬리퍼를 신고
또 어떤 날은 단화나 구두를 신고 걸으며
느리게 걷기도 빠르게 걷기도 한다.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신을 고르고 걸으며
소리를 낸다.
신발에 따라 속도가 달라
걸음이 내는 소리가 다 다름에도
몰랐다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
개성.
멀리서도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게 만드는
바로 그 개성.
걸음걸이가 만들어 내는 그 사람의 개성.
개성을 만들어 내는 걸음의 소리가
나의 소리임에도 여태 몰랐다.
내가 어떤 소리, 무슨 소리를 내며
이 세상을 걸어가고 있는지.
충만한 하루, 충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떻게 걸으며
무슨 소리를 내는지
이제야 내 걸음의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