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세상에 당연하게 그냥 되는 것은 없다.
겨우내 말라있던 나무에 연초록의 싹이 돋아나고 꽃을 피우던 계절의 1악장 봄이 어느새 진초록의 잎으로 무성해지고 햇빛이 뜨겁다 못해 따가운 2악장 여름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햇빛대신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시간이 다가오는 속도의 빠름이 매년 남다르다. 20대에 20km의 속도로 지나가던 시간이 어느새 55km로 달려오고 있으니 열두 달이 빠르게 지나가고 새해가 금세 다가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여기면서도 가끔은 그 속도의 빠름에 적응이 되지 않아 당황한다. 어느새 계묘년도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7월을 맞이하며 매년 한 해가 ‘절반씩이나 남아 있다.’라는 생각보다 ‘절반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나를 보고 있으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가졌던 질문-내가 가진 편견과 오만함을 발견할 적이 있나요?-이 다시 떠오른다.
‘절반 씩이나가 아니라 절반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편견에서 시작된 사고는 다들 이 정도는 갖추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데려왔다.
가지고 있으면서 이것밖에 없다는 편견은 지금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갖게 한다. 당연함으로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없으니 더 달라고 청원을 하게 하고, 가지고 있음의 충만함을 갖기보다 부족함의 욕구불만과 채워지지 않은 허기짐으로 초초함을 낳게 한다. 욕심이었다.
이 욕심이 지금 내가 가지고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다 여기게 하고,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연하다는 편견이 그냥 해도 된다는 오만함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그냥 되는 일이 없음에도 당연하게 그냥 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엘리자베스의 말처럼 편견과 오만은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게 한다. 그러니 잘 봐야 한다. 당연하게 오는 것이 아님으로 내가 가진 오만과 편견으로 나에게 오는 사람을, 사랑을 보지 못해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식견의 문을 잘 열어두어야 한다.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그냥 했던 것들이 그냥이 아님을 잊지 않아야 하고, 그 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하는 시간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 당연하게 그냥 되는 일은 절대 없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