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당신은 기자가 아니다
여자는 신문 기사 하나를 골라 사적인 에세이로 바꿔 써보자는 낸시의 말에 어떤 기사를 사적인 에세이로 바꿔 쓸 수 있을지 생각하며 기사를 찾았다.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마땅히 사적인 에세이로 바꿀 만한 기사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해서 개인적인 일을 기사처럼 써볼까 하던 차에 <한 마리 1000원, 붕어빵 더 올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을 떠 올리며 그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최은경 기자가 쓴 10월 31일 자 기사-<올해는 붕어빵을 안 팔려고 했어요. 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너무 올라서요. 그래도 찾는 손님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기로 했습니다.>는 제목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서울 여의도에서 A카페를 운영하는 윤 모 씨는 30일 중앙일보와 만나 “다음 달 15일부터 붕어빵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카페는 지난해 겨울부터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붕어빵을 찾는 사람은 많은데 노점이 줄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지난해엔 속재료를 넉넉하게 채운 찹쌀잉어빵을 한 개 1000원, 3개 2500원에 판매해 주변 직장인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인건비를 남기기도 어려워 시판 반죽을 사 오는 대신 직접 반죽 레시피를 개발했다. 올해는 직원을 한 명 고용하고, 재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가격을 한 개 1500원, 3개 4000원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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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가격이 올라 ‘금(金) 붕어빵’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유통 업계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에 들기 위해 붕어빵 업체들과 협업을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35년 동안 붕어빵을 만든 경주 용궁식품의 노하우를 활용해 지난달 ‘길거리 붕어빵’을 즉석식품으로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성수동 붕어빵 가게 ‘붕어유랑단’과 손잡고 다음 달 1일부터 12월 7일까지 전국 15개 매장에서 붕어빵 팝업을 운영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봄 붕어빵 팝업을 차렸을 때도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며 “추운 겨울이면 붕어빵을 찾는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해 이벤트를 기획했다”라고 말했다.(중앙일보 최은경 기자. 10월 31일)
기사를 다시 읽다 보니 우리 동네 학교 앞 산책로에서 붕어빵을 파는 사장님 노점상생각이 났다.
동네 길거리 붕어빵은 2마리 천 원으로 여의도보다는 상당히 저렴하게 팔리는 잉어빵이다. 하굣길 아이들과 산책 나온 주부들에게 인기만점의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붕어빵 리어카 앞쪽으로 늘 사람들이 무리 지어 서 있는 말 그 대로 ‘줄 서는 가게’다.
서 있는 사람들 중에 한 두 사람은 사장님과 절친인 듯 바쁜 일손을 도와 잉어빵을 봉투에 담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삼복더위를 빼고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장님은 하굣길 아이들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도 하고 계신다.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무심코 사장님께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나 아이들은 팥보다는 슈크림을 선호하지만 여전히 나는 붕어빵엔 팥이라는 생각을 고집한다. 요즘은 계좌이체도 가능해서 현금 없이도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든 붕어빵을 사 먹을 수가 있다.
추억의 간식이고 손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겨울철 먹거리였던 밀가루 반죽의 붕어빵이 어느새 찹쌀가루가 들어간 잉어빵이 되고, 이제는 가격이 올라 금붕어빵이 되었지만 그래도 겨울철이면 찾게 되는 노점상의 붕어빵은 비싸도 한 번은 먹고 가야 할 겨울철 추억의 간식이다.
노점상이 사라진 지역에서는 편의점에서 붕어빵이 아닌 금붕어빵이라도 사 먹고 싶은 추억의 간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