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녀장의 시대 》
- 이 슬 아 작가님 -
제목이 신조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예전에는 가부장, 가모장이라는 개념은
있었으나 가녀장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오히려 소년소녀가장이라는 단어는 익숙할지
모른다.
마감이 있는 삶과 마감이 없는 삶으로 인간계를
나눈다면 30살의 이슬아 작가님은 전자의 삶을
성실히 수행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2살에 데뷔한 이후 지난 8년간 밥먹듯이 원고
마감을 해온 자이며, 요가. 메일 답장. 출판사 업무.
글쓰기 강의. 인터뷰. 온라인 회의. 스쿼트. 낮잠 등의
일과로 그의 낮은 분주히 흐른다.
일하는 작은 회사의 이름은 낮잠 출판사이다. 아무리
바빠도 낮잠은 꼭 챙기는 이슬아 작가님이 운영하신
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2명의 직원을 두었는데..
이 2명의 직원이 모부이기도 하다.
블루칼라 노동자인 모부가 15번정도 직업을 바꾸며
가끔 사기를 당하고 빚을 지고 생계를 부양했다.
이슬아 작가님은 30살이 되던해에 가족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서 출판사를 차렸다. 이슬아 작가님은
자신의 새집을 출판사 겸 가정집으로 꾸민 것이다.
월간 일정표를 보면서 이슬아 작가님은 탄식을 했다.
2달치 일정표의 모든 칸이 빽빽하게 찼기 때문.
마감, 마감, 마감, 강연, 행사, 북토크, 인터뷰, 미팅,
회의, 워크숍, 마감, 마감, 마감.....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은 부를 타고 나지 않은 서민이 빚을 지지 않을
도리가 없게끔 굴러간다. 살다보니 이슬아 작가님의
아버지께서도 대출 받을 일이 왕왕 생겼다.
30대 때 받았는데 50대인 지금까지도 다 못 갚았다.
이슬아 작가님이 작가로 활동하며 가세를 일으키긴
했으나 이슬아 작가님 역시 자기 빚을 갚느라
바쁘다. 학자금 대출보다 더 커다란 주택담보 대출이
남았던 것. 가녀장은 유능하지만 집안의 모든 빚을
청산할 만큼 부자는 아니었다.
최종 편집 데이터가 담긴 노트북, 색상견본표, 종이
샘플, 돋보기 등 인쇄소에서 꺼내 써야 할 물건들이
었다. 바로 '인쇄 감리의 날'이었던 것이다.
인쇄 감리란 책을 찍기 직전 인쇄소에서 테스트
인쇄를 해보며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는 과정이다.
막상 인쇄해보면 컴퓨터로 보던 파일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인쇄기의 상태, 기장님의
실력, 종이 재질, 혹은 습도와 온도에 따라 색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의도하던 바로
그 톤의 책을 찍기 위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감리를 봐야한다. 그래서 바짝 긴장하는 것이다.
물건을 대량생산하며 장사를 한다. 페이지 수,
종잇값, 인쇄비, 제본비, 원고료, 편집비, 디자인비,
서점 수수료, 광고비 등을 따져보며 적당한 값을
매겨야 한다.
父生我身 母鞠吾身(부생아신 모국오신)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느니라"
爲人孑者 曷不爲孝(위인자자 갈불위효)
"사람의 자식 된 자로서 어찌 효도를 하지 않으리오"
이슬아님이 작가로서, 사업자로서, 독립출판사
사장으로서, 가녀장으로서, 프리랜서로서..등
작가의 자신을 투영한듯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