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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 Aug 25. 2023

무소유

《 무소유 》
-  법정 스님 -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고 하시는 법정 스님.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사서
중얼거릴 때, 법정 스님은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 가는 것.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고...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느껴진다. 보다 많은 자기네 몫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하는 일념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물건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사람까지 소유하려 든다. 그 사람이 제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는 끔찍한 비극도 불사하면서. 제 정신도
갖지 못한 처지에 남을 가지려 하는 것이다.

사람을 흙으로 빚었다는 종교적인 신화는 여러 가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고대 인도인들도
우리들 신체의 구성 요소로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을
들고 있는데, 쇠붙이나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흙으로 만들었다는 데는 그만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대지는 영원한 모성, 흙에서
음식물을 길러내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그 위를 직립 보행하면서 살다가 마침내는 그 흙에
누워 삭아지고 마는 것이 우리들 인생의 생태다.
그리고 흙은 우리들 생명의 젖줄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씨앗을 뿌리면 움이 트고 잎과 가지가 펼쳐져 거기
꽃과 열매가 맺힌다. 생명의 발아 현상을 통해
불가시적인 영역에도 눈을 뜨게 한다.
그러기 때문에 흙을 가까이하면 자연 흙의 덕을
배워 순박하고 겸허해지며, 믿고 기다릴 줄을 안다.
흙에는 거짓이 없고, 추월과 무질서도 없다.

아니꼬운 일이 있더라도 내 마음을 내 스스로가
돌이킬 수 밖에 없다.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아니꼬운 생각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면 내 인생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대인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인생을 배우고 나 자신을 닦는다.
회심回心, 즉 마음을 돌이키는 일로써 내 인생의
의미를 심화시켜야 한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그 마음씨가 그늘지면 그 사람 자신이 녹슬고
만다는 뜻이다. - < 법구경 >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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