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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하연 Feb 22. 2021

세종은 어떤 루틴을 가졌나

클럽하우스에서 이야기 나눈 후기 #세종의루틴 

요즘 클럽하우스가 핫하다. 아이폰 유저 + 초대권이 있어야 입장하는 이곳은 한 가지 주제로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대화라고 하면 '누가 그렇다더라'라고 하는 다른 사람을 가운데로 놓은 때들이 많은데, 이곳은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10일 정도 클럽하우스를 경험해보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리스너로, 또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스피커로, 직접 방을 운영해보는 모더레이터로 모두 참가해보았다. 어떤 분야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많이 힘이 들면서도 배우는 건 모더레이터였고, 나의 생각을 공유해보는 것 자체에는 스피커가 조금 더 편했다.


어제는 envy님이 운영하시는 '스위트홈 : 코로나 속에서의 나만의 루틴' 방에 스피커로 초대되어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분께서 나의 프로필이 신기하다며 한 가지 질문을 해주셨다. 

클럽하우스 내 프로필 
하연님의 프로필에 들어가보았는데, 세종 공부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세종에게도 특별한 루틴이 있었나요?


이 질문은 세종을 공부하며 처음 들었던 것인데, 굉장히 신선했다. 

그리고 세종에게도 몇 가지 루틴이 있음을 발견했다. (다 아시는 고기를 좋아하시는 식성 제외)


1. 세종의 회의 방식 : 다사리, 경청 

- 다사리 : 다 사뢰서 아뢰라. 라는 뜻으로, 직책에 상관 없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다. 그 예시로는 1414년에 실시했던 파저강 토벌을 위한 대토론인데, 처음은 이렇다.


평안도 감사가 야인을 추격하였음을 알리고, 야인 400여  기(말을 탄 사람)이 강계 경내에 침입하여 사람과 물건을 빼앗아간 것을 두고 세종은 그 원인을 알아보고 질문을 한다. 우리 나라에서 그 자들을 끝까지 추격하지 못한 것은 중국의 국경을 마음대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니, 이러한 뜻을 갖추어 황제께 말함이 어떠할까라고 한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세종은 2차 회의를 열어서 타당 여부를 검토한다.


이에 같이 이 상황을 논의하던 정흠지, 안순, 맹사성, 권진, 최사강, 조말생, 허조, 최윤덕 등의 이야기를 모두 상세히 듣고, 대신의 의논을 또 한번 상고한 뒤 초안을 작성하고, 다시 여러 대신들과 토론을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3차 회의는, 전쟁을 대비한 상황의 대책회의였다.


1. 화포를 어떻게 할 것이며

2. 방어소는 어디에 설치를 할 것이며

3. 군사를 어떻게 대열할 것인가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 중국에게 보고할 시기부터 군사의 숫자를 5,000명에서 15,000명에서 늘리는 것, 또 이미 화를 입은 사람들(인민들)의 구휼 방법과 그 지역의 봉수대 설치, 화포 시험 뿐만 아니라 군법 논의, 

사신을 접대할 방법부터 전쟁을 치를 장소까지. 


국사책에는 너무나 간단하게도 '파저강 토벌' 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은 그 토벌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20차례가 넘는 회의를 거쳤다. 무엇보다 세종은 자신의 생각 + 나라의 실정 + 백성의 피해 + 관료들의 의견까지 모두 고찰하여 적용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토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이후, 잔치를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1. 토벌에서 공을 세운 신하들에 대한 상의 단계

2. 공은 세웠으나 법을 어긴 신하에 대한 문책

3. 60세가 넘어도 자진하여 토벌에 참여한 백성들에 대한 상 

4. 보복할지도 모르는 적에 대한 치열한 대비


까지, 그 일을 치룬 후에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까지 첨예하게 생각했던

그만의 생각 루틴을 알아볼 수 있다. 


2. 다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하기 : 그대의 말이 아름답다


세종은 현안에 대해서 말하는 신하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듣는 Good Listner 다. 특히 정책에 반대하는 신하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기 전에 "그대의 말이 아름답다." , "그대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 "그대의 자질은 아름답다." 등 선칭찬, 후제안의 방법을 루틴으로 삼았다.


신하의 얘기를 자르거나, 듣고 싶지 않아 저 표현을 방패막이로 삼을 수도 있으나 세종은 그렇지 않는다. 몇 개월이 지난 현안이라고 해도, 그때의 일을 기억한다며 일의 상세함을 물어보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그의 아이디어를 같이 상고한다. 팀장이라고 해서 말을 듣고, 사원이라고 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루틴은 본업을 더욱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도구로도 이용되고, 나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는 효과적인 시스템 방법이기도 하다. 세종은 생생지락(生生之樂 : 즐거운 일터 만들기는 리더의 소명이다)이라는 신념으로 백성 + 신하 + 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루틴을 만들었다.  


모닝루틴, 나이트루틴의 일상적인 루틴 말고, 내 업에 적용할 수 있는 루틴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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