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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Apr 25. 2024

선나꼽재이

오랜만에 은행에 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대기 10번 번호표를 받아 들고 빈자리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은행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았다.

대출도 앱으로 간단하게 되는 세상이다 보니 앱을 이용하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께서 다가오셨다.


"지금 몇 번이지예?"

"100번이에요."


"지금 몇 번이지예?"


대답을 했는데 다시 물어보시길래 더 크게 대답했다.


"100번이에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돼요."


할머니께서 흡족하신 표정으로 웃어주셨다. 그리고는 갑자기 은행에 방문하신 이유를 알려주셨다.


"손주들이 소풍 간다고 난리지기이 선나꼽재이 보낼라카는데

한참 기다리라카네."


손주들이 소풍을 가니 돈을 조금 보내려고 하는데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선나꼽재이

짧게 '선나'라고만 해도 된다.

표준어로는 '아주 적은'이라는 뜻이다.


할머니께선 아주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괜히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았다.

분명 선나꼽재이라기엔 큰돈을 찾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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