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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들

by 기다림

수다쟁이 아들과 산책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즐겁다.

그래서 아이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걸어서 데리러 갔다.


나를 보고 방긋 웃는 아들에게

고생했다고 인사하고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해?"

"몸은 썩어서 없어지겠지."

"나는 기억이 리셋되고 사람이나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해."

"그래. 환생할 수도 있겠지."

"근데 엄마. 그건 아무도 모르겠다 그치?"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처음 대화해 본 거라

아들이 이런 생각도 한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다 아들이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할머니 되고 무지개다리 건너면

아기가 되고, 그 아기를 내가 키우는 건지 알았어."


세상에!

엄마가 온 힘으로 아이를 키우고

엄마의 사랑으로 자란 아이는

그 사랑으로 엄마를 다시 키우고

......

뭔가 찡하면서도 애틋했다.


진짜 아기가 되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의 보호 아래 성장하고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고

나의 새로운 울타리가 생길 때쯤

나는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이야기가 깊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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