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음 바로 여름이 된 것 같았던 토요일
햇살을 만끽하려고 소풍을 떠났다.
돗자리와 의자, 테이블만 챙겼기 때문에
캠핑이 아니라 소풍이었다.
캠핑은 아닐지라도 고기는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전날 밤부터 남편은 고기를 재웠다.
목살에 칼집을 내고
파인애플 듬뿍 넣어 불고기 양념을 만들었다.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우린 고기를 먹으러 소풍을 나갔다.
최근 배드민턴에 빠져
배드민턴을 칠 생각에 들떴던 아들의 바람과 달리
토요일의 '바람'은 태풍급이었다!
거창한 텐트들 사이로 용감하게 돗자리만 폈다.
태풍급 바람은 돗자리를 '돛'으로 만들어버렸다.
계속 펄럭이며 고기를 먹을 수 없게 하는 거였다.
"아이고. 바람이 와이래 부노."
"아들아. 무거운 가방으로 저쪽 쫌 공가라."
아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어리둥절해했고
나는 대체할 표준어를 생각해 냈다.
"돗자리 안 날아가게 가방으로 딱 받치라고"
공구다
사전을 찾아보니
'공구다'의 표준어는 '괴다'였다.
난 경상도 네이티브 스피커라서 그런지
무거운 것으로 눌러 고정시키는 건
'공가라'가 찰떡같이 입에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