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치과 정기 검진날
인근 대도시로 나가는 날이다
지하철을 타면 30분, 차로 가면 40분
하지만 치과로 가는 길은
대도시의 핵심 도로라 늘 차가 많다.
그래서 지하철로 갈까? 하던 차에
"차로 가자!"라며 우릴 이끄는 남편 덕에
나와 아들은 편하게 앉아서 가게 되었다.
교정기를 교체하고 처음으로 가는 날이라
효과가 있길 바라면서 두근두근했다.
다행히 이번 교정기는 한 달 만에 효과가 있었다.
구내염까지 이겨가며 열심히 착용한 아들도
옆에서 응원하던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이 기분을 안고 우리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치과 근처에 유명하고 비싼 뷔페가 있었는데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가봤다.
먹는 음식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는 초딩이 되니 이런 뷔페도 갈 수 있게 된 거다.
(베이비 시절에는 꿈도 못 꿨던!)
유명한 값을 하는 식당이었다.
회를 좋아하는 남편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
뭐든 잘 먹는 나
셋을 모두 만족시키다니!!!
배가 부른 아들은 먹고 남은 소스류들로 식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체 모를 그림들 사이에서 하트를 하나 발견했다.
"아들아, 이 하트 너무 애볐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이 말했다.
"애볐다카면 알아듣겠나?"
역시나 아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어휴... 참... 소통 어렵네!
애비다
표준어로는 '야위다'일 듯하다.
'애비다'라는 말에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 들어있어,
어른들이 "와 이래 애볐노!"라고 하시면
괜히 눈물이 핑 돌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