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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소년

by 기다림

2주 전 토요일은 아들의 병원 투어 day였다.

학기 중이라 미뤄두었던 치과, 소아과를 다녀왔다.

치과에서 교정 진료를 받고 소아과 검진, 독감주사까지 맞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정신없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 엄마. 아빠. 아빠."라고 하면서 리듬을 붙여가며 노래(?)를 불렀다.

남편과 나는 뭐지? 싶었지만 걱정 많은 아들이 병원 끝나고 기분이 좋은가보다 싶어 그러려니 하며 웃고 넘겼다.


그런데 운전을 하는 남편에게도 방해가 되고 나도 멀미가 날 것 같아 그만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만하란다고 한 번에 멈추는 법은 없지!

여러 번 날린 경고에도 계속 노래(?)를 부르길래

"너 자꾸 이유 없이 엄마 부르면 나중에 진짜 급할 때 대답 안 한다. 양아치 소년 되는 거지."라고 했다.


급 조용해진 차. 남편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한테 양아치는 심하잖아."


앗!!!

난 양치기 소년을 말하려고 했는데 12살 아들에게 양아치라고 해버렸다. 잠시 정적 후 차 안은 셋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아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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