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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by 기다림

초5 아들은 내향인이다.

MBTI검사 결과도 I로 나왔다.

목소리도 작고 발표하는 것도 두려워해서

초1 때부터 발표해야 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학교 가기 싫다고 할 정도였다.


E인 나도 발표는 어려운데 초등 I는 오죽할까 싶어 같이 연습도 해보고 마음도 위로해 주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자기가 해야 할 말은 잘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자기를 힘들게 하는 친구랑 한 조가 되자 선생님께 조를 바꿔달라고 요청드린다거나, 학원 숙제가 많으니 조금만 줄여달라고 부탁드린다거나...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수줍은 아이라

무인 가게가 아닌 곳에서

혼자 물건이나 잘 살까 걱정이었다.


다음 주에 수학 학원에서 시험을 친다.

OMR 카드로 답안을 제출해야 해서 '컴퓨터용 사인펜'이 필요하단다.


"하교하고 학원 가는 길에 문구사에서 사."

"그건 좀... 나 컴싸 뭔지 모르는데..."

(그 와중에 줄임말 쓰는 초딩 ㅋ)

"모르면 사장님께 여쭤봐."

"어... 으... 응. 아휴."


그리고는 잊고 있었다.

어제 아들이랑 필통을 정리하다 컴싸를 발견!


"사인펜 샀어?"

"맞다. 또또에서 샀어."

(또또는 문구사 이름)

"컴싸인지 어떻게 알았어?"

"컴퓨터용 사인펜이라고 적혀있었는데 혹시나 아닐까 봐 사장님한테 물어봤어."

"사장님께 물어봤다고?"


질문을 했다는 말에 놀라 재차 확인했다.


"응. 맞는 거 같은데 혹시 아닐까 봐 물어봤지."

"오!!! 대단한데!!!"


나의 격한 반응에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도 그 정도 사회생활은 할 줄 알아!"


그래. 사회생활 잘하네.

걱정 좀 덜 하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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