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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소소하고 쿠키같은 이야기
꼰대와 예의
by
기다림
Sep 27. 2023
스무살이면 어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자유가 주어진다.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더이상 "
아직 어리니까.
"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대학생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은 고4인가 싶은 친구들이 있다.
최근에는 수업 시간에 방해가 될 만큼 수다를 떠는 친구 두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친구는 유난히 반항적이었다. 내 수업을 듣기 싫어하는 태도랄까.
그래도
노력했다.
'
아니야. 내가 오바하는 거야. 이해해보자.
'
하루는 과제를 엉망으로 했길래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최선을 다해 착하게 토닥였다.
그런데 나를 띠껍게 쳐다보면서
"
네? 왜요? 다했는데요! 아이씨!
"
그러더니 말도 없이
나가는 게 아닌가!!!
수업 중 수행과제를 덜 하고 나가는 친구는 무조건 붙잡아서 수업 중에 끝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내 수업의 원칙이었으나,
그 아이는 붙잡고 싶지 않았다.
다음 수업에 만난 그 아이는
나에게 과제를 내고 갔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씁씁후후.
'참을 인' 세 번을 그렸다.
강의실을 한 바퀴 돌면서 마음을 누구러트리고, 나머지 학생들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
○
○아, 아니야 잘 생각해봐. 너가 그날 덜 하고 그냥 나갔잖아."
몇번의 반항 끝에 반인정(?)한 그 친구는
또 수다
!
이쯤되면 난 이 학생을 내버려둬야겠지?
근데 속이 너무 상했다.
그날 밤 우연히 <닥터 차정숙> 재방송
을
봤다. 차정숙이 말했다.
"나이 막론하고 예의 없는 것들은 개극혐!"
속이 다 시원했다.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 아이에게 나는 꼰대일지 모른다.
하긴 나와 그 아이보다 내 아들과 그 아이의 나이 차이가 더 적으니 그럴 수 있지.
나도 내 윗세대에게서 꼰대를 느끼고 질색할 때가 있다.
그래도 예의는 갖추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인 예의와 예절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예의가 나를 지켜주기도 하니까.
20대를 치열하게 겪고 난 후에 그 친구는 지금보다는 훨씬 예의가 있는 사람일 거다.
하지만 그 사실 역시 본인이 스스로 깨달아야지
내 말을 들어줄 생각도 없는 스무살에게
조언이랍시고 말하면 난 꼰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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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직업
연구자
지방의 소도시에서 대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여자 사람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소중함을 찾아내고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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