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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Oct 02. 2023

짧은 바지

'청소년 언어생활과 공공언어'

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게 되었다.

강의 PPT를 준비하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말을 공부해 보았다.


'이젠, 공부하면서 익혀야

아이들의 대화를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러다 문득, 나의 중고등, 대학시절이 떠올랐고, 내 대학, 대학원 시절을 기록해 준

'싸이월드'가 떠올랐다.

그 시절 인스타그램이었던 우리의 싸이월드.


사진첩이 복구된다고 했을 때,

신청만 하고는 아직 확인을 해보지 않았었다.

얼른 앱을 깔고

나의 첫 메일로 만들었던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했다.



두둥!


사진첩에는 나의 20대가 남아있었다.

그때도 분명,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운동하고 안 먹고 그랬었는데

사진을 보니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었다.


정말 어리고 예뻤다.

생김새와 상관없이

보들보들하고 어여쁜 귀여운 아이였다.


그 사진첩에는 지금은 연락이 끊긴

그 시절 나의 지인들과 남편도 있었다.

서둘러 남편을 불렀다.


"얘 누구냐?!!!"


남편 역시 18년 전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여보, 이때 정말 예뻤네 우리."


그리고 본 내 남편은 살은 좀 붙었지만

40대답게 멋진 어른이 돼있었다.


"10년 뒤에 지금 사진 보면 똑같은 마음이겠지?"

"지금이 가장 예쁠 때네. 오늘이 가장 젊을 때야."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비가 많이 내려 아들을 데리러 가려고 옷장을 열고 짧은 바지를 꺼냈다. 언젠가부터 여름에도 긴 바지, 긴치마, 카디건을 입고 다녔다. 선생님이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고 살이 찌면서 '이제는 무릎 위로 올라간 건 입으면 안 된다.' 는 생각이 있었다.


20대의 나보다는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이 가장 젊고 예쁘다 생각하니 짧은 바지가 대수라고!!!!

정말 오랜만에 짧은 바지를 입고 외출했다.


뱃살이 좀 있음 어때!
다리가 좀 튼튼하먼 어때!
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리즈인 것을!


특강은 나에게

싸이월드와 짧은 바지를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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