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단기 기억상실을 경험했다.
학교 건강검진센터에서 무료검진항목을 4개로 늘려주었다. 홀수년 생 국가검진도 받아야 하는 터라, 올해는 일찍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위, 대장 내시경을 신청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팜유의 건강검진 편을 봤다. 위, 대장 내시경 하는 모습을 꽤나 자세히 보여주었고 그 영상들이 떠올라 살짝 겁도 났다.
'똥꼬가 많이 아플까?'
검진 전날 대장 내시경 약을 먹었다. 소문에 비해 마실만 했지만, 한동안은 멀리 하고 싶다^^;;;
검진 날, 기본검사부터 부인과 검사, 치과검진까지 마치고 대망의 위, 대장 내시경 시간!
단기 기억상실이 올 수도 있다는 등의 유의사항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웬 기억상실?'
근데 진짜였다!
내시경실에 들어가서 누운 순간만 기억이 난다. 어떻게 눈을 떴는지, 옷은 어떻게 갈아입었는지, 처방전까지 들고 있던데 언제 수납했는지, 주차 등록은 또 언제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집으로 가는 차에서 20분 정도를 자고 정신이 들었다. 보호자로 와준 남편에게 시력이 좋아졌다, 대장 내시경 약 덕분인지 체중도 적게 나왔다, 키는 1센티가 커졌더라 어쩌고 저쩌고~~~~
신나게 후기를 남기는데, 남편 왈
"근데 그거 알아? 아까 다 말했어."
"응? 내가 언제?"
"아까 내시경 끝나고 나와서 탈의실 가기 전에 잠깐 나한테 왔을 때 다 했던 이야기야."
"내가 여보랑 대화를 했다고?"
아이코. 이게 바로 기억상실이구나!
20대 때 술 마시고 필름 끊긴 적은 많았는데... 그때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서 괴로워했었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ㅋㅋㅋ
위, 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하면 마취약도 두 번 써야 하기 때문에 하나만 할 때보다 깨기도 힘들고, 기억상실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은 남편이 기억상실에 걸릴 예정이다. 내가 상실한 기억은 남편에게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오늘은 남편이 상실할 기억을 내가 잘 챙겨야겠다.
이상 없이 건강한 나의 몸아, 살만 빼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