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한 남편을 태우고 순두부를 먹으러 갔다. 몽글몽글한 백색의 순두부는 딱 남편 스타일이었다.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밥까지 먹으니 살아나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이 받지 못한 검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흉부 엑스레이, 골밀도 검사 등 영상의학과 쪽에서 실시하는 검진을 못 받았다고 한다. 남편은 차별하는 거냐며 괜히 툴툴댔다.
나도 발끈해서 검진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흉부 엑스레이랑 골밀도 검사는 기본검진에 포함되는 거 아닌가요?"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
만약 빠트린 거면 기분 많이 나쁜데! 하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17분에 흉부 엑스레이 찍으셨다고 기록이 남아있네요."
"그래요? 남편은 안 했다고 하던데요."
"위, 대장 내시경 끝나고 구강검진, 흉부 엑스레이, 골밀도 검사받으셨는데, 내시경 뒤에 받으신 거라 기억이 안 나실 수도 있어요. 내시경 받고 검사받으시는 분들 중에 기억 못 하시는 분들 좀 있어요."
"그런 거였군요.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 검진센터는 작년에 생겨 시설이 좋았다. 그래서 팔찌를 차고 찍으면서 검사하는 곳에서 대기하는데 그 기록으로 보면 내시경이 끝난 후에 영상의학 쪽 검사를 다 받은 거였다.
앗!!! 이거다!!!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남편에게
"여보, 나보다 더 한데! 기억을 못 하는 거래."
정말 당황한 남편의 표정을 보자니 빵~ 하고 웃을 수가 없었다.
"난 진짜 다 기억하는 줄 알았어. 나 속옷은 제대로 입고 나왔겠지?"라며 옷매무새를 점검하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 웃기고 귀여웠다.
위, 대장 내시경 후 단기 기억상실. 이거 참 무섭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기억이 안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도 의사, 간호사와 대화 나누고, 옷도 갈아입고, 수납도 하고, 주차 등록도 하고, 짜 먹는 죽도 먹고! 멀쩡하게 실수 없이 행동했다는 게 참 대단하기도 하다. 역시 인간은 대단한 존재다.
우리 부부의 건강검진은 단기 기억상실만 남겼다. 그래도 각자의 상실된 기억이 서로에게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다행이다 싶은 새삼 짝꿍이 소중히 여겨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