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뺄셈 문제지 한 장을 받아왔다. 받아 내림이 있는 수학문제 23개를 빨리 못 풀어서 선생님께 한 소리 듣고, 새 문제지를 받아온 거였다. 평소에 겨우 5문제 정도만 풀었던 터라 연산 속도가 느린 건 알고 있었다. 2학년부터는 구구단, 3학년부터는 곱셈, 나눗셈~ 더하기 빼기만 하다 난이도가 높아지니 힘들어했다.
체험학습으로 가족여행까지 다녀오느라 3일을 쉬고 오랜만에 간 학교에서 문제지를 다 풀지 못했으니 우리 아들 성격상 스스로도 굉장히 속상했을 거다.
근데, 참, 부모 마음이라는 게 머리로는 백만 번도 이해되는데 가슴은 화가 나서 부글부글 거렸다. 여름방학에는 연산 연습을 많이 시켜야겠다 혼자 마음먹으면서, 아이가 문제 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딱질이 났다.
한 문제 풀고 한숨, 다음 문제 풀면서 짜증... 그렇게 세 문제를 풀어갈 때쯤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숙제한다고 다른 할 일도 다 취소해 줬는데 또 이렇게 행동한다고? 싶은 순간, 아이에게 버럭 했다.
"짜증 안 내고 집중하기로 해놓고 또 우는 거야? 할 일도 취소해 줬는데!! 너 푸는 거 내가 안 봐야겠다. 혼자 집중해서 풀어봐."
그리고는 거실 청소,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할 때쯤 나를 돌아봤다.
'기다린다며? 기다리는 거 잘하는 엄마가 되겠다며? 23문제에 조급해져서 왜 그러는데!'
우리 아들은 12월 말 생이라, 만 나이가 된 6월부터는 10살에서 8살이 되었다. 8세에 초3 학습을 잘 따라가고 있으니 욕심 버리고 기다리자 해놓고는 더 빨리 풀지 못한다고 화를 내버렸다.
설거지를 끝내고 엄마 눈치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 사과했다. 아이도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많이 미안했다. 꼭 안아서 마음을 전하자, 아들도 미안하다며 집중해보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파이팅 하면서, 남은 20문제를 풀었다. 아이가 좀 쉽게 계산할 수 있게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자 시간이 단축되었고, 빨리 푸는 거에 신이 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