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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Sep 21. 2023

반틈

내가 일하는 대학의 특정 학과는

서울에서 내려와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언젠가 그 친구들 글쓰기 수업을 담당한 적이 있다.


'서울' 친구들과 대화할 때면

상냥한 말투에 손이 간질간질했다.


내 말투와 상당히 다르다 보니

나도 괜히 억양이 신경 쓰였었다.


학생들이 체육대회에 참석한다고

절반 이상 결석한 날이었다.


"교수님, 오늘 결석한 애들은 체육대회 갔어요."

"몇 명이나 빠졌어요? 반틈 정도 빠진 것 같은데?"


읭????

아이들의 표정은 딱 읭????이었다.


순간, 내가 뭘 실수했지? 머리를 굴려봤다.

'혹시 반틈을 못 알아들은 건가?'


"반틈 몰라요?" 했더니

"네~" 라고 하는 아이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반틈은 반지야 반지."

 

아이쿠야!!!

'반지'는 '반틈'보다 더 낯선 방언일 텐데......


"여러분 미안해요.

반틈을 못 알아들으니

나도 당황스러워서 더 심한 말을 했네.

반틈은 반, 절반, half 예요.

친구들 반 정도 빠졌냐는 뜻이었어요."


그러자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절반보다 더 빠질 것 같아요.

근데 반지는 손가락에 끼는 반지인 줄 알았어요."


반. 절반. 1/2. 은 경상도 방언으로

반틈. 반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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