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다림 Oct 03. 2023

시루라고!

아이가 처음으로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였다.

보조바퀴가 중심을 잡아주는 네발 자전거를 타다 혼자 중심을 잡아야 되다 보니 처음에 아이는 많이 좌절했다.

겨우 중심을 잡을 때쯤, 아이는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 중심을 잡고 타자마자 속도를 내주어야 하는데 운동신경이 썩 좋지 않은 아이는 그러지 못해 자꾸 넘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아들아, 시라야지. 시루라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는 울먹였다.


"엄마, 욕하는 거야?"
"아니야. 페달을 힘차게 구르라는 뜻이야."


우리 대화를 듣던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시루다가 제일 정확한 말이야. 페달을 구르라고! 는 시룬다는 느낌이 안 살아."
기본형태는 '시루다'
뜻은 '속도를 내기 위해 페달 등을 구르다.'


하필 'ㅅ'으로 시작하고

경상도 토박이 엄마가 흥분해서 말하다 보니

욕처럼 들렸던,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응원하던 말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카 다 얼만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