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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Oct 30. 2023

내가 할 줄 몰랐던 말

"수업 열심히 들었으면 다 알 거야."


초중고, 그리고 대학을 다니면서

시험마다 들었던 말.

듣기 싫었던 그 말.

내가 하고 있다!

내가 하게 될 줄 몰랐고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이다.

그런데 자꾸 하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보니

내가 그렇게까지 강조했는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고,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 결과는 뭐지? 싶은 생각도 자꾸만 든다.


"이거 중요해요. 별표 좀 쳐볼까요?"

"여러분, 나 이거 시험 내고 싶어요."

"교재에 없지만 알려주고 싶네."

등등등

다양한 멘트와 말투와 억양으로 나름대로

매 시간 아이들에게 힌트를 준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은 열심히 응답해주었으니!

아이들의 질문과 시험 답안을 볼 때면

그 리액션들은 다 거짓이었나 싶기도 하다.


근데 이건 교수자로서 생각일 거다.

나는 이 일을 위해 지난 십 여년 간 같은 내용을 공부했고, 그 내용을 잘 전달하기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했다.

그래서 그 지식은 '내 것'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번 학기 처음 배웠고 복습을 하고 공부를 했어도

아직 '아이들의 것'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내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은 같을 수 없다.


"수업 열심히 들었으면 다 알 거야."


이 말을 듣던 아이들의 표정과 마음을 백 번 이해한다. 나도 그 시절이 있었으니. 그래서 안 하고 싶었던 말이다.


 "수업 열심히 들었나 확인해볼까?"

라고 말하면서 복습 많이 해줘야지!



대학교 1학년 학생이지만
아직은 고등학생 같은
어여쁜 내 학생들아!
나를 만나
내 수업을 듣고
너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내 마음도
좀만 알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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