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이 딱 좋은 가을에 태어났다. 그래서 겨울을 앞두고 마지막 힘을 쏟아내는 가을의 나무들을 좋아한다.
얼마 전 맞이한 생일 겸 우리 가족은 무주~거창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무주에서는 곤충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반디랜드에 다녀왔다.곤충박물관에서 아이의 지식대방출 종알거림을 들으며 관람하고, 잘 조성해 둔 어린이 놀이터에서 실컷 놀았다.
그리고 이튿날, 작년에 들렀던 거창 수승대로 다시 가봤다.이번 목표는 수승대 출렁다리! 두려움을 이기고 즐기면서 노란색 출렁다리를 건넜다.
사실은... 무서웠다. 놀이기구 타면서 눈 감지 않고 바이킹은 꼭 손 높이 들고 즐기던 나는 삶의 두려움을 알아서인지 점점 높은 곳이 무서워졌다. 엄마가 "나도 어릴 땐 하나도 안 무서웠다."라고 하신 말씀이 이해가 되고 있다. 그래도 무서워하는 아들 옆에서 함께 두려워할 순 없으니 용기를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일부러 다리를 흔들면서 지나가는 개구쟁이 아저씨들에게 눈으로 욕을 하면서...ㅎㅎ
수승대 거북바위
목표를 달성한 우리는 거북바위를 향해 갔다. 가까이 보기 위해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기울어져 머리와 부딪칠 것 같은 소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이 소나무의 이름은 '하심송(下心松)'
하심송(下心松)
하심송(下心松)
머리를 숙이면 세상과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머리를 숙일 수 있는 자세는 어떤 거지?
익은 벼와 같이 겸손해야 한다는 건가?
미안할 때 사과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가?
상대가 누구 건 비굴하게굽신거리란 뜻은 아닐 거다.나를 낮출 줄 알지만,진짜 나는 단단히 지키면서 세상과 어울려 살아갈 줄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상대에게 머리 잠깐 숙이는 게 진짜 이기는 방법일 수 있음을 아는,그래서 숙이더라도 자존감에 상처 나지 않는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