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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Nov 22. 2023

멸치 똥

감기를 앓았던 아들과

그 옆에서 간호하며 일을 한 우리 부부는

이번 주말 정말로 푹~ 쉬었다.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잤다.

그래서 밀린 집안일을 해낼 힘이 생겼다.

찌개나 국을 끓일 때 매번 멸치 똥을 따야 해서 귀찮았던 기억이 나서 냉동실 속 멸치를

몽땅 거실로 들고 나왔다.

TV를 보던 아들에게 말했다.


"TV 보면서 엄마랑 같이 멸치 똥 따자!"

"똥? 어떻게 하는데?"

"이렇게 멸치 머리를 떼고 벌려서 똥이랑 내장을 떼버리는 거야."


평소 동물을 사랑하던 아들은

멸치 머리를 떼며 슬퍼했다.

지만 그것도 잠시,

멸치를 해부(?)하면서 관찰을 시작했다.


"엄마, 얘는 밥을 많이 못 먹었나 봐.

똥이 별로 없어."

"엄마, 멸치 입이 이만큼이나 크게 벌어져."

"엄마, 멸치 등뼈가 생각보다 튼튼해."

"엄마, 멸치가 자기보다 더 작은 물고기 먹다가 잡혔나 봐."


등등의 말들을 쏟아냈다.

금세 지겨워할 줄 알았는데

꽤나 진득하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멸치 정리를 끝냈다.

우릴 보던 남편은 흐뭇해하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으흠. 돕지는 않고 사진만. 으흠!

근데 뭐 도울 것도 없었다.

아들이 3분의 2를 해내버렸기 때문이다.



어릴 적
엄마를 도와 멸치 똥을 많이 땄었다.
그 순간이 꽤 따뜻한 기억이었다.

나도 엄마가 되어
아들과 멸치 똥을 따고 있다.
이런 순간들이
아들의 가슴에도 추억으로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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