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 기사를 봤다.
"8세 즈음 친구들에 의해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되는 아이들은
큰 상실감을 느낀다."
라는 내용이었다.
'8세, 친구, 상실감'
우리 아들도
9세, 작년 초등 2학년 크리스마스 때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초등1학년 크리스마스부터
여러 번 의구심을 품고 질문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끊임없이
"산타가 있다고 믿어야 선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얼버무렸다.
작년 크리스마스 밤.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들이 진지하게 물었다.
"엄마, 솔직하게 말해줘.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야?"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서 남편을 부르고
아들의 침대에 셋이 함께 누워 회의를 시작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지만 의심이 들어. 말이 안 돼. 어떻게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을 아는 거야?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텔레파시 보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근데 믿고는 싶은데. 이상해. 답답해!"
우리는 한참 웃었다.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엄마아빠가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는 거야. 엄마아빠도 한번도 본 적은 없어."
아들이 속상해 하거나 슬퍼할까봐 걱정했다. 부모들은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감 때문에 어떻게든 동심을 지키고 싶어 하니까.
그런데
"속이 시원하다. 너무 말이 안됐어. 세상에 어린이가 얼마나 많은데 비행기도 아니고 어떻게 다 돌아다니고 원하는 선물은 어떻게 알아? 아우. 속이 다 시원해."
"엄마아빠가 산타여서 속상하지 않아?"
"나는 더 좋지. 고마워."
훈훈하게 잘 마무리된 산타의 고백.
다행히 우리 아들은 상실감보다는 '후련함'을 느낀 것 같았다.
기사에서 "일부 아이들은 산타의 존재를 알고 수수께끼를 푼 듯한 홀가분함을 느낀다."라고 했는데 우리 아들이 그 일부였다.
우리 부부도 속이 시원했다.
"근데 편지는 누가 쓴 걸까?"
"엄마지? 엄마 표 만드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 엄마다!!
우리는 끝까지 산타가 있다고 믿기로 했다.
다만, 아들의 산타는 엄마아빠인 것으로!
우리의 순수했던 산타는 이제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