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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Dec 20. 2023

썸 타는 반지

이번주는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자

한 학기가 끝나는 주간이다.

덕분에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아들 학원으로 마중을 나갔다.


한껏 애교가 많아진 아들은

밝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뭘 좀 샀어. 뭔지 맞춰봐!"


엄빠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며

자신이 뭘 샀을지 맞춰 보라고 했다.


"연필, 볼펜, 지우개?"

"아니~"

"혹시, 커플 반지?"

"아닐까 맞을까? 집에 가서 보여줄게."


아들은 참지 못하고

지하주차장에서 '썸 타는 반지'

이름을 가진 커플링을 보여주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다.

문구사에서 두 개 천 원에 파는 거라 하니

큰 기대를 안 했고 솔직히

'예쁜 쓰레기'를 사 왔구나! 했다.

그래도 아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기뻐하리라 다짐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예뻤다.

내 반응은 진심이었고 아들은 기뻐했다.


집에 들어가서 아빠에게도 건넸다.

감기로 골골대던 남편도

예상치 못했던 선물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평소라면 손발 씻어라 잔소리했을 아빠가

잔소리도 하지 않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아들도 흐뭇해했다.


"엄마아빠는 결혼해서 썸 타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게 딱 눈에 띄더라!"


남편과 나는 각자 새끼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아들에게 보여주며 고맙다고 했다.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우리 가족의 손을 찍었다.


오늘의 공부, 독서, 심부름하면서

몇 백 원씩 모은 용돈을

엄빠를 위해 투척한 스윗한 아들!

이미 썸은 십수 년 전에 끝났지만

아들이 건네준 반지를 나눠 끼며

우리 부부도 썸 타던 그 시절로 잠시 다녀왔다.


내일 출근길엔

아들이 준 빨간 나비 반지를 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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