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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다림 Jan 06. 2024

손세차

5박 6일 간 여행을 다녔다.

여수, 봉화(시댁), 영주, 평창

특히, 평창은 눈나라였다.

눈 보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아들을 위해

얼음낚시를 하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

가게 된 평창은 눈 부시게 새하얀 나라였다.

덕분에 우리 집 자동차는

엉망진창, 만신창이가 되었다.


남편의 손세차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우리 집 붕붕이와 함께 한 8년 간 딱 2번

남편을 따라 손세차를 해봤다.

그 외 모든 세차는 남편이 혼자 하도록 했다.

비장하게 장비를 챙겨 두 시간을 세차하는 남편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세차를 제안했다.


"○○이 학원 보내고 세차하러 가자.

차를 저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남편은 진심으로 놀라는 것 같았다.


"웬일로 세차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거야?

진짜 같이 가줄 거야?"


"가줄 거야?"라고 하니

"응!"이라고 말할 수밖에.


남편을 따라 남편이 애용하는 손세차장으로 갔다. 풀린 날씨에 많은 자동차 러버들이 세차를 하러 와있었다.

남편의 비장함은 비장함도 아니었고

남편의 장비(?)는 장비라고 부르기도 민망스러울 만큼 세차에 진심인 사람이 많았다.


세차장에서 나오는 음악은 딱 내 취향이었고

붕붕이가 깨끗해지는 모습은 제법 뿌듯했다.

그렇게 외부 세차, 내부 세차까지 마쳤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명을 받들어

함께 왁스칠까지 했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 붕붕이 머리도 닦고

아들 카시트 구석구석 먼지도 털고

뭉친 왁스칠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여보 덕분에 진짜 빨리 끝냈어.

돈도 평소보다 적게 썼어."


남편이 이렇게 기뻐하니 뿌듯했다.


"다음에도 같이 오자."


어... 글쎄...ㅎㅎ


집에 오니 삭신이 쑤시지만

새해에 남편과 함께

우리 집 붕붕이를 씻어줄 수 있어 좋았다.



2024년은 손세차로 시작했으니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비해서
힘차게 살아내볼 예정이다!
우리 모두 또다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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