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학기가 끝났다.
2학기의 끝은 연말이라
'마무리'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내가 꼰대가 돼가는 건지
매 학기 학생들을 만나면서
힘든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올 한 해도 그랬다.
학생으로서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챙기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특히 나를 버겁게 한다.
수업 시간에 무선 이어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왜 끼고 있어요?"
"음악 들으면서 수업 듣는 건데요."
라는 대답은 내 리액션마저 고장 낸다.
미안한 낌새 하나도 없이
당당한 태도가 더욱 당황스럽다.
"독감인데 병원 갈 힘이 없는데 공결 처리해 주세요."
"독감은 병원에서 진단받아야 공결 처리 가능해요."
"아파서 갈 힘이 없다니까요."
이런 전화통화 후에는
내가 선생님이 맞기는 한 건지
이 학생은 날 뭘로 보는 건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일부의 몇몇 학생들이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그 몇몇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실하고 멋진 학생들이 많다.
나를 꼰대로 만드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반에 들어갈 때는 나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럴 때는 그 반에서 가장 성실한 친구를 떠올리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종강 인사를 건네고 떠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나의 에너지원이었던 어여쁜 여학생이
"교수님, 별 것 아닌데 드리고 싶어서요."
하며 수줍게 편지지를 건네주었다.
편지
그것도 손 편지
강의를 처음 시작한 십여 년 전에 받아보곤
오랜만에 받아본 학생의 마음이 담긴 편지는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올 한 해 유난히 힘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학기 모두 학생에게 편지를 받았다.
1학기에 받은 보라색 편지에는 공황장애 발작으로 힘들었던 학기 초에 나의 격려 문자와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2학기에 받은 파란색 편지에는 대학에 들어오고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나에게서 담임 선생님 같은 따스함을 느껴 한 학기 잘 마무리할 힘이 생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의 노력이,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다가가
진심으로 전달된다고 생각하니
다시 힘이 났다.
2024년에는
나의 학생들을 탓하지 말고
내가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되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