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서랍 #04
두고 온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가지고 간 것이 많았고
가지고 돌아온 것은 많았으나
돌아와보니 없는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시간을 들여 생각한다.
애초, 비우러 가는 것이라 했으나
비우러 가서는 욕심을 부리고,
욕심을 부리다 불만을 넉넉히 가져왔다.
두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하다 운다.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하는 내게
두고 온 것은
결국 버리기로 작정 한 것.
그런데 작정한 마음 외엔 무엇을 버렸는지,
어디에 어떻게 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버리기로 한 것은
잊기로 다짐한 것인데도
왜 이리 도둑맞은 것 마냥
서러운 것일까.
두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한다.
두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하며
잠 못 들고 있는
난
이리도 미련 맞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