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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Apr 05. 2016

퇴근하십니까

인생의 서랍 #07

누구나

푼수끼 한 자락쯤은

술 한 잔에 들춰 보이지 않는 한

꽁꽁 감추고 살고


누구나

헤픈 웃음 한 음절쯤은

담배 한 개비에 뱉지 않는 한

삼키고 살고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버지

집에서 기다리는 누군가는 있겠지만


혹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

어디선가 바라보는 누군가는 있겠지만


지금 이 시간쯤은

내가 나로서

나답게 살고 있다


아니, 애쓰며 살고 있다

잘 사는 거라고

최면까지 걸면서 살고 있다

외치고 싶을 거라고


그저 넘겨짚으며

전해지지 않을 위로를

살포시 전해본다


오늘 하루가 참 길었네요

오늘 하루도 참 애썼어요


그맘 내가 다 알아요

그저 내가 다 울게요


울지 말아요 당신

슬퍼 말아요 당신


고작 이런 말이

퇴근 인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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