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짱이 Aug 20. 2017

카페에서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더 테이블>

카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다른 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을 때가 있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건지, 무슨 사연을 가지고 카페에 온 건지 문득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실례가 될 수도 있어서 당당하게 듣지는 못한.
적어도 영화 <더 테이블>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영화다. 우리는 카페의 어느 테이블 위에 놓 꽃이 되어, 카페에 방문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영화는 아침을 맞이하는 카페에서 시작된다. 직원에 의해 놓여진 꽃병 하나. 오직 그 테이블 위에만 놓여져 있는 꽃은 그렇게 카페에서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간다. 추억을 만나러 온 여자와 추억을 욕망하는 남자. 갑작스레 떠났던 남자와 남겨졌던 여자. 진심을 위해 연기하려는 여자와 거짓을 위해 연기하려는 여자. 현실보다 마음을 따르고 싶은 여자와 남자.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테이블 위,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다양한 파편들로 맞추어진다.
서로 부딪치는 파편들은 코미디이가 되기도, 멜로 드라마가 되기도, 혹은 코 끝이 찡해지는 휴먼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꽃이 된 우리는 그들을 가까이 쳐다보면서 아주 잠깐의 시동안 그들의 입장이 되어본다.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일상에서 교차하는 수많은 대화들이 남기고 간 인상다. 마치 앉아서 여행을 떠난 처럼, 하룻동안 오고간 사람들은 각자의 삶의 흔적을 남긴다. 가끔은 흔적만 남기지 않고 꽃잎을 뜯으며 시간을 보내기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뜯어진 꽃잎은 흩어져 밖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테니깐.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영화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이야기를 더 얹어서 미니시리즈로 연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종관 감독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들어보고 싶은 욕망이기도 하다.

김종관 감독은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다양한 단편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그의 능력은 <더 테이블>에서도 충분히 발휘된다. 우린 그저 테이블을 찾는 그의 이야기를 맘편히 엿들으면 된다. 그리고 주전자 물에 퍼지는 에스프레소처럼 지나간 이야기들을 천천히 음미하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의 구렁텅이에서 헤매는 당신을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