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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짱이 Jan 04. 2018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가족의 탄생>

'가족'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가 함께 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대부분이 상상하는 형태를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닐 테다. 부모님이 없을 수도 있고, 자녀가 없을 수도 있고, 아버지가 두 명, 혹은 어머니가 두 명일 수도 있다. 혈연이 아닐 수도 있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 간의 공동체일 수도 있다. 가족을 이루는 조건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답을 구하기보다는, 우리에게 '가족'이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나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무엇이 이 공동체를 가족으로 느끼게 하는 것일까? 나는 앞으로 어떤 모습의 가족을 구성하게 될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당신이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아내, 혹은 남편으로서 아이 하나를 부족함 없이 잘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오매불망 키웠던 자식이 당신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출생의 비밀로부터 시작된다. 성공한 건축가, 료타는 아내와 아이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부유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연락이 오게 된다. 자신의 아이와 다른 가족의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진짜 혈육을 키워온 가족을 만나게 되고, 친자식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친자식을 대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병원에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기존의 아들이 자신과 닮지 않았음을 느껴왔기 때문에 안도를 했던, 그리고 친자식은 혈연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 료타는 자신과 아내로부터 거리를 두는 친자식을 보고 고민에 잠긴다. 영화는 혈육에 대한 질문에서 나아가 무엇이 가족 이게끔 만드는 지를 질문한다.


료타가 만난 가족은 가난하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가족이다. 아이를 같은 눈높이에서 대하려 하며, 부모의 욕심을 결코 아이에게 주입하지 않는다. 전혀 다른 가족을 만남으로써 료타는 아버지로서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느 아버지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또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 가족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이 영화를 통해, '가족'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탄생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의 작품이다. 세 가지 관계를 옴니버스 형태로 보여주며, 김태용 특유의 소소한 판타지가 매력을 더해준다.


영화는 기존의 정상적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다른 공동체를 보여준다. 첫 번째 옴니버스에서는 나이 많은 여성과 결혼한 젊은 남성을 보여주고, 두 번째 옴니버스에서는 (어머니의) 딸과 (어머니가 내연남과 낳은) 아들을 보여준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관계임에도, 혹은 틀에서 벗어나도록 내몰린 관계임에도 그들이 서로 관계 맺으면서 보이는 모습은 기존의 전형적인 가족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 옴니버스의 끝에서 영화는 가족이 정말로 필연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정말로 가족이란 결혼과 출산을 통해서만 구성되는 것일까? 아니면 오늘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나의 인연이 될 수도, 그래서 어떤 연결지점도 없음에도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는 단순히 가족이 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히 피를 공유하는 구성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며, 그리하여 남남인 사람 역시 수동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결코 '혈연'이라는 기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의 탄생>과 비슷한 영화로 <마미>를 꼽을 수 있겠다. <마미>의 경우엔 아예 '비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관계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adha를 앓는 아들과 자유분방한 엄마와 이웃집에 사는 말을 더듬는 아내가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자기 자신으로서 완성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마미>이다.


<가족의 탄생>에서 가족이 전형적이지 않은 우연으로 형성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마미> 또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는 관계가 되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인 셈이다.





앞서 말한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가족은 모두, 기존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함께 사는' 형태의 가족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어떻게 가족이 되는가?'와 관련해서 나름의 고유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새롭게 가족이 구성되는 과정을 제시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 전혀 다를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 공동체들이 기존의 가족과 다른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가족으로 구성되는 과정 속에서의 정서와 감정의 결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의 답이 있겠지만, 결국 가족은 공감과 소통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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