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 6일 아침 공부를 한다. 평일 아침 5일 그리고 주말 중 하루. 주말 하루는 온전히 쉬어야 에너지 충전이 돼서 하루는 휴일이다. 매주 주말을 이틀 둘 다 쉬는 건 사치라고 느껴진다. 전날 늦게까지 약속이 있었어도 아침에 너무 추워서 이불 밖을 나가기 싫어도, 우뚝 일어나 아침 공부를 한다.
첫 직장 신입 사원 시절, 같은 팀 팀원이 푸념하면서 말했다. "피곤하니까" 또는 "바빠서", 자기 개발 없이 일주일을 보내면 그렇게 한 달이 가고, 또 그렇게 여러 달이 모여 1년을 그저 일만 하고 보내게 된다고. 스스로 이런 현실이 창피하고 바꿔보고 싶지만 실행이 잘 안 된다고 늘어놓았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 개발의 필요성은 당연한 이야기처럼 인지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크게 많지 않은 듯하다.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 6일 공부를 해왔다. 자기 개발 없이는 몸값을 올릴 수 없고 하루가 다르게 빨라져 가는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일이 다가오는 게 너무 두렵다.
그 두려움을 심어준 장본인은 아빠다. 우리 아빠는 집안 형편이라는 배경과 부족한 본인 의지가 맞물려 공부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어찌어찌 취업을 했지만 여전히 자기 개발을 게을리했고 좋은 워라밸에도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는 그저 TV를 보기에만 바빴다. 엄마는 시간이 많으니 공인 중개사 자격증을 따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지금 안정적인 직장 다니는데 굳이 왜 공부를 해야 해?"라고 대답했단다. 그렇게 IMF가 터졌고, 그 "안정적인 직장"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후에도 아빠는 이직과 실직을 여러 번 거쳤다. 쌓아온 전문성이 없고 고졸이라는 학력에 멈춘 아빠는 지금도 이직과 실직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이력서를 넣어도 연락 오는 곳이 없다고 한다. 엄마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굳이 지금 공부를 해서 어디다 써?"
크게 자극을 준 경험도 있었다. 대학생 시절 주말에 노느니 단기 알바라도 해서 용돈에 보태고 싶었다. 선릉역에 위치한 호텔에서 서빙 일일 알바를 구하길래 냉큼 지원했다. 알바 전날, 알바 참가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가 왔길래 문자에도 잊지 않고 답장을 했다. 알바 당일이 되어 머리끈, 양말 등 호텔 측에서 요청한 준비물도 사고, 요청한 헤어스타일까지 맞춰서 낯선 길을 헤메 가며 알바 장소로 도착했다. 호텔에서 준 복장까지 다 차려입고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호텔 측 담당자가 알바 확인 문자에 답장하지 않은 인원들까지 모두 와서 필요 인원보다 아르바이트생이 더 많이 왔다며 불안하게 운을 띄었다. 나를 포함해 긴장한 채로 서있는 아르바이트생 열댓 명을 쭉 훑어보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 시선이 나에게 멈췄다. 그러더니 아르바이트생 중 제일 체격이 왜소한 나를 가리키며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문자 회신을 하지 않은 사람을 돌려보내야 되는 게 아니냐"라고 따질 수 없었다. 따져 물을 경황도 없었고, 나는 대체가능한 여러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 힘없는 을(乙) 일뿐이었다. 알바를 가려고 필요한 준비물들도 맞춰 사고 길을 찾아 헤매며 힘들게 도착했는데, 일을 시작하지도 못한다니.. 서러움에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다. 그때 굳게 결심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서 다시는 이런 대우를 받지 않겠느니라고.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그 경험 이후 꾸준히 지켜온 두 가지 습관이 있다. 신문 읽기 그리고 공부하기. 신문을 읽으면서 어떤 분야가 많이 발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가 어떤 능력을 요하는지를 계속 파악해 왔다. 신문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IT 인력"이라는 키워드들을 보면서 IT 산업에 발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고, IT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취직을 했다. 첫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도, 아침마다 신문을 읽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현재 어떤 분야와 기술이 화두인지, 그리고 나에게 더 보충해야 할 기술과 지식이 뭔지 파악하고 채워나갔다. 그렇게 쌓아온 습관들 덕분에 회사에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전문성 있는 직무로 직무를 변경할 기회도 얻어냈다. 그리고 큰 회사로 이직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현재의 나는 내 또래 중 최상위의 직업 만족도와 대우를 누리고 있음을 자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주하지 않는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읽고 어제 들었던 강의를 이어 듣는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멋진 미래를 그리면서.
아빠와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고 싶다. "왜 공부를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