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엄마입니다. 정형외과에 들렀다가 체대 입시학원 가기로 한 1호가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엄마, 병원 점심때 대기시간이 길어져서요, 택시 불러주실 수 있어요? 3시까지 OO 피시방에 가야 해요. 선배랑 동기들 같이 만나서 수시 원서 쓰기로 했어요."
1호는 시스템 체대 입시학원에 다닙니다. 1호가 고3 5월 말에 결정했습니다. 글 쓰겠다며 경험이 필요하다며 아르바이트했었던 중국집 일도 그만두었습니다. 약속상 6개월은 일하기로 했던 식당인데요, 사장님과 매니저 언니랑 잘 소통해서 대체 아르바이트생도 구하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1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닙니다. 고3이지만 선택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최근 학원 다녀와서는 스터디 카페에 두 시간 있다가 집에 옵니다. 운동하고 집에 오는 시간만 해도 늦지만 남은 기간이라도 내신을 챙겨야겠다고 합니다. 생각하고 결정하며 추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웠습니다. 요즘 운동에 바쁜듯하여 창원 안온 카페에서 구입한 <가짜 모범생> 책 한 권 줬습니다.
2호는 중2입니다. 중간시험공부하느라 아빠를 옆에 붙들어 둡니다. 수학 전문 아빠한테 이것저것 묻습니다. 방에서 책쓰기 강의 준비하는 저는 제 방 문을 열고는 조용히 하라고 했지요. 애들 아빠 수학 설명하는 소리가 제 줌을 타고 전달될 것 같았습니다. 강의 시작한다고 하니 거실 수학 공부 수업은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2호 공부에 방해를 잘 합니다. 2호는 아쉬워하면서 혼자 또 풀겠지요. 2호의 공부와 성적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공부는 둘째치고 친구들과 지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학급 친구들과 자주 인근 상가에 가서 밥 먹고 오는 걸 보니 친구들과는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안심합니다.
2호 치아교정으로 인해 목돈이 들어갑니다. 그것 때문이라도 저는 학원비 낼 마음이 없습니다. 잘 되어 있는 EBS 활용하라고 말해둡니다. 영어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자습서 달달 외우라고 했습니다. 공부로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애쓰는 모습은 보입니다. 책 좀 읽냐? 가끔 물어보는 게 다입니다.
3호는 학습지 선생님 도움으로 예습합니다. 월, 화요일에 눈높이 학습지 선생님이 방문해서 한자, 영어, 창의독서 과목을 가르쳐 줍니다. 창의독서도 독서활동지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책도 선생님이 배송받아서 한 권씩 가지고 와달라고 했습니다. 3호에게 신선할 것 같아서입니다. 한자는 국어 대신 갈아탄 과목입니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1,2호한테 한자 시킨 적 있어서 3호에게도 공평? 하게 해주려고 합니다. 한자는 어휘력에 도움 되니까요. 영어 공부는 답도, 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학교 수업에 따라갈 정도만 해주고자 학습지를 선택했습니다. 어제는 영어 선생님이 준 학습지 숙제를 하고 있더라고요. 신기해서 한참 쳐다봤습니다. 폰 게임을 좋아하는 녀석이 숙제를.
3호는 태권도가 으뜸입니다. 2품 땄고, 본인도 좋아합니다. 보육과 하원 차량으로 인해 보낸 곳인데 3년째 다닙니다. 3호 공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초2학년 2학기 봉사위원에 당선되었다고 하니 친구들 앞에서 말은 나름 논리적으로 했나 봅니다.
저는 세 자매 엄마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 공부가 지금 진로를 결정한 것은 맞습니다. 지금 저는 공부습관을 작가이자 코치의 삶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로란, 마흔이 넘어서도 다시 결정할 수 있는 거더라도요.
1, 2, 3호에겐 기회가 많습니다. 공부를 등한시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엄마인 제가 공부 잔소리는 늘어놓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잔소리할 시간도 없습니다.) 저는 저대로, 딸들은 나름대로 하루 중에서 도전합니다. 공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독서와 글쓰기"만 가능하다면 무엇이든지 재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교실에서도 읽고 쓰도록 가르칩니다. 그게 기본이자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염려 쓸데없습니다. 염려 대신 고생했다는 한 마디만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