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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세 마리

by 백작

가족끼리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 없이는 가족 구성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을 알아야 내가 배려할 부분은 배려하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할 수 있다.

문예창착과를 가겠다며 과외를 받고 글쓰기 대회를 나가던 희수가 진로를 변경했다. 지난 5월 말에 있었던 일이다. 고3이 갑자기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희수는 담임선생님과 소통한 이후 엄마 아빠한테 진로에 대한 말을 꺼냈다. 체육을 전공하고 싶다는 말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희수는 체대 입시학원도 세 곳이나 알아본 상태였고 학원비며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까지 메모한 후 나와 남편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엄마 아빠가 들어주는 사람 아니었으면 말도 안 꺼냈을 거예요."

딸과 소통을 잘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매일 우리 집에서 30분 떨어진 학원에 가서 훈련받아야 하고 다리가 불편하면 정형외과도 다녀야 하는 일상이라 고단할 텐데 희수는 설렌다는 말을 했다. 엄마의 역할은 학원비 보내는 일.

지난 금요일 체육교육과 실기 시험을 위해 서울 다녀왔다. 평소에 결과가 나쁘지 않았던 제자리멀리뛰기 결과가 아쉬운 모양이다. 올해는 준비 기간도 짧았으니 내년까지 길게 보고 있는 터라 시험 친 하루는 훈련을 쉬었으면 했다.

"엄마 연습이 더 필요해. 학원 다녀올게."

서울 다녀온 날도 학원을 가길래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남편에게 희수가 먹고 싶다는 통닭을 시켜보라고 얘기한 후 안방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통닭이 왔다. 그리고 학원 다녀온 희수가 늦은 밤 도착했다.

"뼈 있는 통닭 잡고 뜯고 싶었다고요."

다시 시켜주겠다고 말하고 희수 아빠는 주문을 넣었다. 입도 많은 우리 집에 통닭 한 마리 더 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희수가 기다려야 해서 그게 좀 문제였지.

40분쯤 흘렀을 때, 초인종 소리가 났다. 이제 안심했다. 원하는 통닭이 왔으니 거실 조용하겠구나 싶었다. 5분 후 또 초인종이 울렸다. 희수는 희수대로 자기 방에서 통닭을 시켰고 남편은 남편대로 시킨 거다. 통닭 세 마리가 시간 간격을 두어 집에 배달되었다.

"엄마가 시켜준다는 말 못 들었어요."

소통이 중요하구나 느꼈다. 한 마리는 냉장고에 넣었다. 평소에 딸들에게 통닭을 양보하던 남편도 배부르게 먹었다.

이렇게 가족 간에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통닭 세 마리 시키게 된다. 더 큰일도 생기겠지.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서로의 스케줄을 미리 공유한다. 나의 경우 구글 시트에 스케줄을 메모한다. 그리고 공유 주소를 남편에게 보낸다. 매일 아침에 그날 스케줄을 알려주곤 하지만 혹시나 놓치게 되면 남편이 나의 구글 시트를 보면 된다. 세 자매 스케줄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막내의 학원 변수가 생기는 경우는 남편과 내가 픽업을 위해 그때그때 의논한다.

둘째, 내가 바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냥 통닭과 뼈 없는 통닭은 다르다. 셋째는 뼈 없는 통닭을 먹기에 우리 집에서 통닭 배달은 매번 같았다. 바라는 것을 자세히 말해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다.

셋째, 서로의 생각과 다른 일이 생기더라도 화부터 내지는 말자. 이유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과거 글쓰기 전의 나였다면 일방적으로 통닭 세 마리 사건에 대해 잔소리부터 늘어놓았을 텐데, 이번엔 달랐다. 희수가 아빠의 말을 못 들었다는 내용으로 끝이 났다.

넷째,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 딸이 배달 앱을 사용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보다가 말았다. 고3인데 알아서 시켜 먹는 것도 좋은 일니까.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점은 오히려 칭찬할 일이다.

다섯째,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거나 맞출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자. 5인 가족. 제각각이다. 나와 남편도 스타일이 다르다. 각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편이다. 남편은 폰 게임을 좋아한다. 막내도 함께 하는 편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둘에게 동시에 잔소리했을 거다. 지금은 다르다. 가족이라고 해서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빠와 사이좋은 딸이라는 점에 안심한다.

가족끼리 소통이 중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이유와 방법을 밝혀보았다. 가족끼리 소통의 중심에는 내 생각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나를 존중하고 가족의 생각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우리 가족은 왜 소통이 안 되냐 고민하지는 말자. 나 결혼한 지 20주년이다. 여전히 갑갑할 때 있다. 잠시 멈추고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찾아보기를. 모두 다르다. 나도, 남편과 딸들도. 지금 당장 소통이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될 테도 있다. 통닭 세 마리에 화내지 않는 가족이 되기를 기대한다.

#힘있는글쓰기3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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