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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와 함께한 시간 (고명환 작가 강연)

by 백작

둘째 희진이와 함께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희진이는 걸어서 3분 거리 중학교에 다닙니다. 저는 퇴근하면 제 방에서 희진이는 자기 방에서 머뭅니다. 최근 식사시간도 서로 다른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이어트 진행으로 대체식을 먹는 편이고 희진이는 저보다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합니다. 주방 오가면서 얼굴은 보지만 이야기 나누긴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희진이가 학교 시험이 끝났고, 친구들과 뒤풀이 겸 인근 상가에 놀다 온 것 같습니다. 저녁도 친구들과 같이 먹고 들어오느라 집에서 잘 먹지 않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떻게 하면 희진이랑 둘만의 데이트 시간을 가질까 고민되었습니다. 독서 육아를 해온 녀석인데 최근엔 책 읽는 모습 보지 못했던 상황인데요, 인스타그램에 김해 독서 대전 정보가 보이더라고요. 특히 토요일 오전 시간에 고명환 작가가 김해까지 와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에 즉시,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희진이에게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알았다고 하더군요. 마음 바뀌기 전에 이름을 추가 기재했습니다.

고명환 작가에게 사인을 받으려면 새 책이 필요합니다. 두 권 구매했습니다. 계명대에서 고명환 작가 강연을 먼저 들은 적 있기 때문에 희진이도 유쾌하게 들을 거란 기대도 생겼습니다.

첫째 희수의 수시 입시 실기 날짜와 고명환 작가 강연이 겹칠까 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강연 들을 기회는 사라집니다. 희진이는 취소되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희수 입시가 희수가 원하는 토요일보다는 하루 당겨졌고요, 김해 독서 대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토요일 오전 시간이 빼앗기게 생겼어." 조금 투덜거립니다. 달래야 합니다. 갈 땐 아빠가 데려다주고 올 땐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야외 부스라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희진이 기분 좀 맞춰준 결과로 강연을 한 줄이라도 집중해서 자기 것이 되면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1시간 강연에서 희진이는 조금 지루한 눈치입니다. 그럼에도 옆에서 끝까지 강연을 들은 까닭은 고명환 작가가 유쾌하게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고명환 작가는 책 읽는 이유와 유익함, 고전을 읽는 이유, 고독 독서 클럽, 아름다운 실패, 독서력의 중요성, 벽돌 책 읽기 등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희진이도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 목표치만큼 덜 읽었더라도 실패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차 안에서, 강연장에서 함께 한 시간 덕분에 둘만의 데이트가 가능했습니다. 함께 사진 찍는 것 좋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포즈도 취해주네요. 저는 공부보다는 독서를 강조하는 엄마입니다. 김해 독서 대전 고명환 작가를 초청해 준 덕분에 둘째와의 함께할 시간을 만들었고 저자 사인까지 받았습니다.

학교에 갖다 둔 책이 재미없다는 말을 합니다. 거제 독립 서점에서 구매한 책인데 읽기 진도가 나가지 않는 모양입니다.

"가져와, 엄마 줘."

싫다고 하네요. 평소 같으면 당장 집에 가져올 텐데 강연 덕분에 더 읽겠다는 마음을 가진 거라고 해석하렵니다.

세 자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동시에 챙길 때도 한 명씩 마음을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잘하는 둘째에겐 덜 신경을 쓰는 건 아닐까 반성하기도 합니다. 함께할 시간이 부족할 땐 행사에 참여하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한테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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