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일. 2025학년도 수능. 계획한 일이 두 가지였다. 오전에는 책쓰기 무료특강을 열고, 오후에는 요양병원에 계시는 친정 아빠 뵙기. 1호는 수능 시험 치러 가고 2호는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있다. 3호도 개교기념일이라 돌봄교실 대신 함께 외할아버지 보러 가기로 했다.
늦은 밤 리허설을 했다. 아침에도 한 번 더 챙겨야겠지만 전날 리허설을 해야 맘이 편했다. 어젠 1호 수능 대비해서 도시락, 수능 준비물, 수능 당일 동선 의논 등 생각이 분산되었다. 사부님 책쓰기 정규과정 들어서 그나마 마음이 잡혔다. 덤덤한 1호의 모습에 나보다 낫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침에 7시 조금 넘어 1호가 집을 나섰다. 과거 내가 시험 칠 땐 김천시까지 가서 친 적 있었는데 차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시험 치니 내 맘이 놓였다.
서둘러 리허설을 하고 라이팅 코치 명찰도 챙겨 달았다. 코치 명찰을 달면 에너자이저가 되는 기분이다.
네 명에게 줌 링크를 보낸 후 세 명이 입장했다. 무료특강할 땐 마지막에 평생회원 안내를 할 때 하는 광고 외에는 온전히 들어온 분들이 이번 기회에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으로 진행한다. 나도 무료특강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에 글 쓰는 삶을 전하는 걸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김해 인근 지역에서 살고 있는 예비 작가님이 신청해서 놀랐다. 나를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검색을 통해 신청한 것 같았다. 신기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동생에게 노하우를 전달했다고 했다. '일'을 '작가'로 바꾸면 바로 돕는 삶 그 자체였다. 메시지가 있는 삶이다. 줌에서 나의 질문에 편안하게 대답을 해주는 모습만으로도 힘이 났다. 처음 만나는 사이 우리는 글로서 통한다. 월 2회 무료특강 꾸준히 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강의 마친 후 새 식구가 된 문 작가님과 통화한 후 오픈 채팅방에 초대했다. 그리고 친정 아빠가 입원해 계시는 요양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가 어제 늦게 카톡 보내왔다. 오늘 오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간다고 했더니 조심해서 오라고 했다. 엄마는 매일 오후에 아빠에게 줄 죽을 가지고 병원에 왔다 간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빠 치매와 목구멍에 차오르는 가래 때문에 병원을 택했다.
3호를 데리고 갈 때 기분이 좋다. 아빠가 3호는 알아보는 것 같다. 할아버지 보고 싶다는 녀석이 기특하다. 남편이 운전하는 덕분에 성주 IC 금세 도착이다. 평일 운전이라 밀리지 않는다. 요양병원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만 이천 원치 구매했다. 그리고 병원 3층으로 향했다. 3호는 간호사에게 저 왔어요라고 인사한다. 간호사가 "니가 누구니"라고 말한다.
아빠는 인상을 쓰고 누워있다. "걸으러 나가자고 해고 말도 안 듣고 누워 있다." 3호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가자고 하니 자리에 앉아 슬리퍼를 신는다. 복도로 나갔다. 복도 끝에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 3호는 할아버지한테 기대서 폰 게임을 한다. 할아버지한테 폰을 눌러보라고도 한다. 1시간 남짓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오늘의 이슈는 1호의 대학 이야기였다. 서울에 집을 어떻게 구할 건지 내용이었다. 3호가 함께 와서 함께 입원해 있는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한다. "손녀 왔네. 딸과 사위도 왔네. 좋겠소."
TV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친정집에 들어갔다가 30분 있었다. 성주 IC로 바로 가면 동선이 수월하지만 엄마와의 시간도 중요하니 들렀다. 검은 개 연탄이가 3호를 보고 짖는다. "연탄아!" 했더니 조용하다. 나는 알아보는가. 방이 차다. 촌이라서 금세 추워지는 듯하다. 보일러 값 아끼느라 저녁에만 틀겠지. 며칠 뒤 할아버지 제사다. 젊은 시절 할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맞은편에 할머니 노인대학 졸업사진. 어릴 적 조부모님 사랑받은 것도 큰 제산이었다. 3호는 자기 사진 어딨냐고 찾는다. "피아노 옆에 있는 애가 나야?" 돌사진 하나 갖다 놔서 다행이다.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날이었다. 낮잠도 자고 가을 나들이도 갈 수 있는 가을이다. 1년에 하루밖에 없는 개교기념일 가을은 무료특강과 친정 아빠로 채웠다. 차 카시트 설치하는 동안 몇 개의 단풍을 주은 것이 가을을 느낄 기회였지만 인생에서 기억날 하루를 보낸 것 같다.
1호 수능, 49회 책쓰기 무료특강, 친정 부모님과의 만남.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고단할 때 있고 일이 벅찰 때도 있다. 세 자매 챙기는 것,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모든 일에 의무가 가득하다. 그래도 나의 가을엔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한다.
글 쓰는 삶을 만난 것에 다행이라 여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친정 나들이도 불만 보따리만 들어놨을지도 모른다.
나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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