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부터 4년간 진주에서 대학 생활했습니다. 저 포함 6, 7명의 대학생과 직장인이 함께 살았습니다. 일주일에 1번은 식사 당번을 했습니다. 저녁식사에 맞춰 장보고 음식을 하면 함께 살고 있던 언니, 동생들이 다음날 점심까지 알맞게 반찬 아껴가면서 먹어야 했지요. 설거지는 자기가 먹은 것 자기가 씻었던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화장실까지 당번을 정해서 말끔히 해두었습니다. 대학 1학년인 제가 토요일 아침에 언니들 틈에서 청소를 했고, 정해진 요일에 6천 원 치 장을 봐서 국과 반찬을 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형편상 다른 집을 구할 수 없었던 거지요.
기독교 동아리를 통해 공동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종교도 없었던 제가 경제 형편상 아파트에 들어가게 된 거지요. 참고로 이상한(?) 곳이 아니라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선배가 후배를 성경 말씀으로 양육하는 시스템이었기에 직장인들도 기꺼이 단체생활을 해주었던 겁니다. 그중엔 본인 원룸을 따로 계약해서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룸을 타인에게 빌려준 후 본인은 후배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화장실이었지요. 볼일이 급할 때 곧바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고, 제가 화장실 안에 있을 때 누군가가 똑똑 거리면 긴장해서 편히 화장실 사용하지 못할 때 잦았습니다. 그로 인하여 대학 4년 땐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핵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나만의 원룸이 생겼습니다. 보증금 500에 월 30. 2층입니다. 식사 당번도 안 해도 되고 화장실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었지요. 혼자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원룸 방에 호수 길게 연결하여 세탁기도 넣고 세탁기 옆에 책상도 두었습니다. 컴퓨터, 프린트기도 설치했지요. 공동으로 쓰던 컴퓨터, 순번 정해서 쓰던 것 생각하면 원룸 혜택에 감사한 일입니다.
혼자 살았던 내가 20년이 지나 다섯 식구가 되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자기 공간이 따로 있고 방도 편안하게 씁니다. 정리 정돈에 대해 잔소리하지 않습니다. 저도 뭐 깔끔한 편은 아니지요. 음식 배달 시켜 먹기도 하고 아이들이 직접 챙겨 먹기도 합니다. 대부분 남편이 주부 역할을 해주니 저로서는 제 일만 챙기면 됩니다.
대청소해야지 하면서도 방치했더니 화장실에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리모델링해서 이사 온 지 4년째. 진주에서 여럿이 생활규칙을 정해 살았던 때와는 다르게 밥도 청소도 신경 쓰지 않고 닥치면 해결하는 식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곰팡이 청소를 위해 세제를 뿌리고 몇 시간 지켜보았다가 솔로 쓱쓱 밀었습니다. 금색 줄눈도 색이 칙칙해진 것 같았습니다. 이러다가 화장실 청소만으로 시간 다 가겠다 싶었습니다. 화이트 폰의 집안 곳곳에 먼지도 보이기 시작하고 늘 책과 원고로 쌓여 있는 내 자리도 컵 하나 제대로 놓을 수 없을 만큼 물건이 쌓였습니다. 급한 일 처리하고 휴가 날짜나 되면 정리하려고 미루는 마음이 계속 생겼지요.
대학 근처 아파트에 목사님이 20대들 공동생활을 기획한 이유는 신앙생활 적응,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규칙적인 생활 습관 세 가지입니다. 저는 세 가지 모두 제대로 챙겨 나오지 못했고 4년간 힘들었다는 기억만 가지고 있습니다.
제 아이들에게 정리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집에 오면 편히 본인 볼 일 보도록 둡니다. 집은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정표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요. 방학 땐 자유롭게 둡니다. 이제 정리 정돈도 하고 애들에게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나 생각해 봅니다만 지금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의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은 뭘까 저를 들여다봅니다. 제때 정리하지 않고 놔두는 일, 노트북 앞에만 앉아서 종일 뭔가를 하면서 바닥 먼지엔 관심을 두지 않는 내 모습엔 4년간 대학 생활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 집에서 정리하는 사람은 남편과 막내입니다. 청소팀이 따로 있네요. 한 번은 청소 도우미를 쓸까 하고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뭐 하러 따로 돈을 쓰냐고 하더군요. 남편도 교회 공동체 생활을 한 사람이고 청소와 정리를 잘합니다. (내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제가 잔소리할 입장은 아닙니다.) 제가 쉽게 바뀌나요? 남편에게 도우미에 해당하는 만큼 인정을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각자의 삶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전보다는 더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고요, 가족이지만 남편에겐 정리에 대한 혜택을 주면 되겠지요. 가끔 진주에서의 4년을 기억합니다. 지금 먼지 굴러다녀도 내 공간이라 감사하지요. 이곳에서 오늘도 생산적인 일을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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