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동맹의 딜레마
"미국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을 가장 강력한 파트너다. 다만 이제는 맹목적 신뢰나 섣부른 결별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우리만의 셈법을 찾아야 할 때다."
어느 날 갑자기, 외교가 멈춘 자리에 폭탄이 떨어졌다
2026년 4월 현재 이란전 쟁이 한참 진행 중이다.
연초에 이란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부패하고 무능한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해서 봉기하고 이란 정권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할 때에도 설마 미국이 이란에 대해서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거라 생각하지는 못했다.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이란 국민에 대해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적 정부를 만들라고 공공연하게 부추길 때에도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 몰랐다.
징후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항공모함 등 병력을 중동 지역으로 파견하고, 이란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핵 개발 시도를 멈추지 않고 협박을 가할 때 아슬아슬하기는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고 여타 중동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정세 안정이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권을 가지고 나서는 나라들이 없었다.
그래도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었다.
실제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시 공격이 감행된 2026년 2월 28일 직전까지도 이란과 미국은 물밑에서 협상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서로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조용히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
외교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수뇌부 회의가 개최되던 시점을 정확히 알고 공격해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해서 수많은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암살했다.
게다가 당시는 라마단 기간이었다.
이슬람교인들이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물도 마시지 않는다는 참회와 기도의 기간에 공격이 이루어진 것이다.
AI와 드론의 시대, 명확한 목표도 전선도 없는 전쟁
이란전 쟁이라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전쟁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방공망이 작동하여 날아오는 미사일이 저격되기도 한다.
가장 특이하게 느껴지는 점은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는데 드론을 이용한 자살공격이 감행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거기 더해서 전쟁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최초의 전쟁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시간 2026년 4월 1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간 이란을 초토화시키는 공격을 한 이후에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고 하는데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이번 전쟁의 수행 방식이 어떠했는지 군사학이나 전술학 측면에서도 많은 분석과 논의가 있을 것 같다.
군사학 관련 논의는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고, 전쟁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달성려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전쟁은 목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언제 끝날지도 가늠할 수 없다.
교전 당사자도 불명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주로 공격한다.
이스라엘은 여기 더해서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공격한다.
이란은 미국은 너무 멀어 공격하지 못하고 주변 국가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한다.
거기 더해서 미국과 친한 중동지역 인근 나라들 특히 주로 UAE를 공격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서 에너지 문제를 악화시킨다.
이런 방식의 전쟁은 새롭게 느껴진다.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전쟁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방식으로 전개됐으며 결과적으로 어떻게 끝났는지를 잘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우방국을 향한 청구서, 얽혀버린 안보와 경제
미국은 처음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한 항해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 우방국들에게 군함 파견을 요청해 왔다.
심지어 중국에게도 요청했다.
만약 우리가 응했다면 사실상 파병이라 할 수 있겠다.
명시적으로 거절하는 나라도 있었고, 고민하는 나라도 있던 와중에 파병문제는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일본은 3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에 자국의 법적 제약을 들어 미국에 파병이 어려움을 잘 설명하고 대신 경제적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슬기롭게 대처했다고 여겨진다.
파병문제가 한 단락 넘어가고 아직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또다시 주한미군 숫자를 거론하면서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관세와 투자 압박, 에너지 공급망 차단에 이어 핵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논의 같은 민감한 안보 사안까지 한꺼번에 청구서로 날아올 기세다.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총체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은 결코 심상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상투어 같지만 범정부적 대책이 절실하다.
안보와 경제와 사회문제는 따로 떼어서 각각 생각할 수 없다.
자기 밥그릇 챙길 때가 아니라 당면한 문제들을 다 끌어 모아서 세심한 조율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정책 조합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나라와 협의해야 하겠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우방국, 일본, 중국, 아세안 국가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친구들과 다 협의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수 있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미국은 여전히 중요하다: 극단을 피하는 균형의 지혜
혹자는 그동안 우리가 일방적으로 혜택만 받던 동맹의 성격이 변했으니 우리도 할 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버리고 미국에 더 확실히 밀착해서 한 몸처럼 가는 게 우리가 살 길이고 번영할 길이라고 말한다.
미국이 열을 달라고 하면 스물을 주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다른 한쪽에서는 패권국가로서 미국이 더 이상 믿고 기대할 동맹이 아니라고 한다.
동맹이라는 이유로 미국에 얽매여서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이제 그런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 왔다고 얘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회색지대라 비판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우리가 갈 길은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제 장기적으로 변화한 미국과 살아갈 방안을 고민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
다만 여전히 미국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세계의 리더로서 지위도 아직 확고하다.
54년 만에 달 탐사를 위해 아르테미스호를 발사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미국의 리더로서의 자리를 확인했다.
다양한 얼굴을 하고 실망도 많이 주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은 우리가 같이 가야 할 나라이다.
적어도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갈 만큼의 시간 동안 미국은 그렇게 우리 옆에 있을 것이다.
섣부른 결별이나 맹목적 추종이 아닌, 당장 밀려올 압박과 요구에 슬기롭게 대처할 우리만의 셈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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