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의 길

모두가 우리를 필요로 하도록 힘을 키워야

by 백제웅


"우리가 힘이 있을 때, 미국이 우리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느낄 때 비로소 외교적 지렛대가 생긴다. 21세기 지구촌은 검투사들이 맞붙는 콜로세움이다. 그곳에서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힘'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을 화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기분 나빠도 할 수 없다.

억울해도 할 수 없다.

그게 현실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지난 2월 초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에 맞서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함께 핵심광물 공급망 그룹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이다.

'담금질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Forge)를 약어로 사용한 것은, 미국이 공급망을 안보 관점에서 새롭게 벼려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

참 중의적이다.

시의적절하기도 하다.

공급망 안정이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인데 아무리 중국이 우리 이웃이라고 해도 그리고 아무리 중국과 관계가 원만하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끌어갈 자신이 있어도 중국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소위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전히 아직은 미국이 더 믿을만한 파트너인 것도 분명하다.

동시에 중국과 외교 할 수 있는 영역도 계속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 편만 들어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

미국이 아무리 강하게 요구한들 안 되는 것은 안된다 해야 한다.

2015~6년 경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다가 중국으로부터 크게 보복을 당한 경험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될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미국과 동맹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이 계속 안보, 경제 등 모든 면에서 협력할 것임을 주지 시켜야 한다.

그러한 틀 안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끌어 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서 실용적인 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장기적으로 공동운명체로서 인류가 평등하고 공평하게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치는 계속 존중해야 한다.

기후변화,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 약자에 대한 존중 등등 끝이 없다.

우리 스스로 차별과 편견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안의 불평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캐나다가 얘기하는 중견국 연대에 동참하는데 이러한 가치와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역시 힘이 있어야겠다.

안보를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국방력을 키우고 동맹의 틀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갈고닦아야겠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첨단 기술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지키는 것이다.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와 방위분담 문제로 협상을 하면서 우리가 미국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카드가 조선업이었다.

수십 년간 세계 1, 2위를 차지하며 갈고닦은 기술력과 생산능력은 미국에 큰 매력이 되었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내세울 수 있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다.

비록 미국이 반도체나 배터리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우리가 그런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은 미국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대화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차피 미국과 앞으로 3년 거래하고 관계 끊을 일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을 상대할 대비를 한다는 점에서도 우리가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힘이 있을 때, 미국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지렛대가 있을 때 미국도 우리를 중요하게 상대할 거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의 요구가 우리의 국익과 배치되는 지점이 너무 극명하여 참을 수 없게 된 우리가 대화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할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다시 미국이 우리를 붙잡고 설득하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미국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군사력을 수단으로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다른 영역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우리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다.

이미 그런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중요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앞서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 양자 컴퓨터, 우주개발, Bio 산업과 같이 앞으로 국가의 힘을 결정할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해서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선두에 서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도 끌고 가야 한다.

첨단 기술이 자칫 인류에게 해악이 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규범을 만들고, 인재를 유치하며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써야겠다.

최첨단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가 되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할 것이다.


과학기술외교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외교가 강해지기 위해서 우리나라 외교 인력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는 인재가 외교를 배우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나 생각이 된다.

기초과학 소양을 갖춘 이공계 인재 가운데 외교관의 길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2026년의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미국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핵심 파트너이다.

당분간 그런 미국이 우리 옆을 떠나게 둬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미국이 우리를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때로는 다른 중견국과 협력하기도 하고, 중국과 밀당을 하기도 해야 하며, 일본과도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힘을 키워야 한다.

힘 있는 자를 무시하지 못하는 무대, 검투사들이 맞붙어 싸우는 고대로마 콜로세움 같은 곳, 그곳이 우리가 사는 21세기 지구촌이라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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