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과 사는 법을 배워야
"동맹이 안보를 보장한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상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실 세계 어느냐라도 남을 위해 외교를 하지는 않는다.
결국 모두 이기적으로 자신들의 국익을 위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니까(!) 눈앞의 개별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공익을 위하여 지구촌에 사는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선한 대국답게 통 크게 움직일 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던 거다.
2026.1.29. 자 The Economist 지에 실린 기사 (Earlier presidents would recognise and even approve of America First)도 미국에 대해 가졌던 환상을 작게나마 깨뜨려 준다.
250년 미국 역사에서 미국이 '불간섭주의', '고립주의'를 채택했던 기간은 대략 3분의 2 가량이었고 '국제주의'적 입장을 택한 것은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주장한다.
대신 이익과 직결된 서반구에서 미국은 적극적 관여주의자로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이웃에 간섭하는데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미국도 알고 보면 국익이 최고인 나라이다.
최근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거칠고 관례에 어긋나며 예의 없고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압적이어서 유난스럽게 느껴질 뿐인 거다.
지지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30% 이상의 미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한다고 얘기한다.
공화당 내의 지지율은 훨씬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없어진다고 해서 이런 미국인들의 생각이 다시 바뀔 거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이제 우리는 달라진 미국을 마주하고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 모습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한 세대가 넘는 동안 그 모습 그대로 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미국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거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일 것 같다.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런 기대에 사로잡혀 지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 녹록지 않다.
솔직히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매우 협조적이었을 때조차 우리 삶이 항상 윤택하고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국가 간의 세력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 외교 국제면에 실리는 뉴스나 칼럼, 인터뷰를 보면 지정학이나, 세력권, 패권 같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패권국가로서의 미국 역할이 줄어들거나 달라지고, 미국이 비켜난 자리를 채우려는 다른 힘센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20세기 후반 같은 힘을 중시하는 국가 간의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많이 보인다.
힘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세상에 다시 등장하고 있나 보다.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다시금 인류에게 세계대전과 같은 악몽을 되살리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4시간 내에 종결짓겠다고 했지만 2026년이 됐어도 쉽게 결말이 날 것 같지 않다.
가자도 여전히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미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하지만 세계에 안정적 평화가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은 미국의 태도를 이용해 먹으려는 독재자들의 모습만이 눈에 띈다.
이제는 미국이 먼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 맺은 동맹이 역설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전쟁으로 우리의 발을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 모래수렁처럼 말이다. 동맹만 믿고 있다가는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투키디데스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이다."
동맹인 우리나라도 불안하다.
미국이 핵확장억제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궁극적인 안보를 보장해 줄 거라는 믿음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오히려 동맹이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에 따라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분쟁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교훈을 얻어 내고 있지만, 당시 강국이었던 아테네가 수많은 동맹을 맺음으로써 오히려 안 해도 될 전쟁에 스스로 뛰어들게 된 것이라는 논거도 있을 수 있다.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 맺은 동맹이 역설적으로 하지 않아도 될 전쟁으로 발을 끌고 들어갈 수도 있는 거다.
모래수렁처럼 말이다.
동맹만 믿고 있다가는 당할 수도 있다.
투키디데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우리가 알던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든든한 동맹인 미국이 아니다.
변해버린 미국과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같은 고민을 시작하는 것 같다.
국내에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도 달라진 미국을 이야기하면서 저마다 대응책을 내놓는다.
아마 정부차원에서도 새로운 미국과 그로 인해 변화된 국제질서와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극비리에 고민을 시작하고 있을 것 같다.
도청도 되지 않고 해킹도 불가능한 몇 십 미터 지하 벙커에 사무실을 마련한 건 아닐까?
순진한 상상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