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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군 Jul 26. 2022

직장생활 중 가끔씩 다니는 등산의 즐거움

지난 1년 동안 다녀온 등산 후기

어차피 내려올 산 왜 올라가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늘 이야기하던 말이다. 등산 그거 힘들게 올라가서 잠시 정상을 보고 내려올 것 왜 가야 하나?라는 생각 항시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상시에도 등산은 자주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신입사원 시절 강제(?)까진 아니지만 신입연수 코스로 그래도 팔팔하고 젊을 때 지리산 천왕봉(1,915m) 그리고 한라산 백록담(1,947m)까지 등산한 이후로 어떠한 산을 오르지 않았다. 리는 눈을 비벼가며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도 들게 내려와서 다음날 다리도 아프고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보고 이러면 안 되는 생각에 조금씩 등산을 다니기로 했다.


1. 첫 번째 산은 계룡산  관음봉(766m)

계룡산 등산 21년 7월

친구와 날을 잡아서 1박 2일 동안 부여군이랑 계룡산을 다녀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구름 한 점 없는 게 엄청 더웠다. 사족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딱 다녀온 지 1년이 되었는데 지금 보니 경치가 좋다. 산에서 정기(?)도 듬뿍 받아온 거 같은데 막상 오를 때는 여러모로 엄청 힘들었다.


오랜만에 산을 타다 보니 숨도 가파지고 중간중간 쉬어도 될만한 곳을 보니 어찌나 쉬고 싶던지 쉬엄쉬엄 올라갔다.

지리산이랑 한라산 절반도 안 되는 높이인데 어찌나 힘들던지 등산을 왜 왔나 싶을 정도였다.


조금씩 올라가다 보니 점점 시야가 넓게 보였다. 벌레들도 많고 12시가 지나서 등산을 시작해서 덥기는 했지만 올라가다 보니 점점 보이는 것이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배웠던 왕지환 당시가 생각났다.


여러 당시나 송사 한시 등을 외웠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다.


雀樓(등관작루)


白日依山盡, 黄河入海流。

밝은 해는 산을 따라지고, 황허 강물은 바다로 흐르고

欲窮千里目,更上一層樓

천리 먼 곳을 보고 싶은 마음에, 누각 계단 한층을 더 오른다.


개인적으로 이 당시를 보면서 천리 앞을 내다보려면 높이 올라가라는 그런 의미로 해석하서 좋아했던 시이다.


무튼 올라갈수록 경치가 좋아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하산을 한 뒤에 근육통에 시달리며 또 한 동안 등산을 안 갔다는 후문이 있다.



2. 두 번째 산은 태백산 장군봉 (1566.7m)

태백산 등산 22년 1월

활동하는 모임의 산악회 같은 행사의 일환으로 처음 태백산을 다녀왔다. 지난 지리산 이후로 설난은 두 번째라 신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아이젠을 채우고 등산 스틱을 들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한걸음 한걸음 숨이 차긴 하지만 막상 눈길을 걷다 보니 발이나 하체에 부담이 확실히 덜했다.


어느 정도 산길을 올랐을까? 갑자기 눈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가시거리가 몇 미터도 되지 않아서 이것 저곳 두리번거리다가 일행이 안 보이는 거 같아서 정상에서 모르는 지나가는 등산객 분에게 부탁해서 정상에서 인증숏은 찍고 내려왔다.


길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하산을 하였는데, 막상 목적지를 가보니 내가 제일 일찍 내려왔다. 눈이 조금만 덜 왔다면 아름다운 설산의 모습을 더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추웠던 것 빼고는 나쁘지 않았던 산행이었다.



3. 세 번째 산은 서울러들의 산 관악산(629m)

관악산 등산 22년 5월

지나가다가 관악산 관악산 많이 들어봤었는데, 보기만 봤지 처음 올라가 보았다. 등산코스는 서울대 안에서 가는 코스가 아니라 사당역에서 올라가서 사당역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이번 등산은 동갑내기 친구 3명이랑 같이 갔다. 의외로 보다 보니 내가 등산을 한 사람이랑 계속 가지는 않는다. 다른 산들보다 관악산은 젊은 사람이 많다. 거의 뒷산 수준인 복장으로 올라오는 것을 보니 역시 젊음이 좋구나.


그나저나 등산을 하는데 구름을 보면 알다시피 하산을 하려는데 빗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날씨의 요정인가? 하다가도 막상 끝까지 하산하니 큰 비는 없어서 꼴사납게 젖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재미는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뭔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게 빠르다는 걸 깨닫게 됐다. 얼마나 자주 산을 오르면 좀 편하게 올라갈 수 있을까? 코로나 걸리고 나서 나은지 한 달 정도인가 되었을 때 가서 그런지 폐활량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 또한 핑계이겠지...(운동 좀 더하자)



4. 네 번째 산은 청계산 (582.5m)


여기는 군대 선임이자 동갑내기 친구랑 둘이서 다녀왔다.


거의 서울에서 인왕산 다음으로 쉬운 코스라고 하는 청계산을 올랐다. 청계산 입구역에서 내려서 원터골인가 하는 곳을 지나서 산을 올랐다. 결과적으로는 일정 길 까지 안 올라가면 경치가 안 보인다. 그리고 코스가 생각보다 짧다. 물론 끝자락에 다다렀을 때 계단들이 천국의 계단처럼 쭉 있는 걸 보고는 그 길로 안 가고 옆에 우회로를 통해서 올라갔다.


어떻게 직진만 하겠어? 때론 좌회전도 우회전도 해야지!라는 마음이 들었던 등산. 시간 내서 이 정도 산은 혼자 다니면 체력 기르는데 도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마 올해 몇 번 더 다녀올 듯하다.



5. 틀 설악산 체험! 다섯 번째 도봉산 (726m)

동갑내기 친구 둘과 함께 등산! 지난번 관악산을 갔던 친구 한 명은 겹친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서 더운 데 가지 말자며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초입에 진입을 하자 보이는 문구는 북한산 국립공원

"나는 도봉산을 왔는데 왜 북한산이지?"라는 사전 검색조차 안 해보고 친구 따라 강남 온 아이처럼 쫓아다녔다.


리틀 설악산이라는 말처럼 돌이 참 많다. 다리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은 입장에서 빨리빨리 다리들을 교차하며 올라가야 하니 체력 소모 +1


중간중간 쉬는 게 그래도 예전보단 나아졌다. 물론 아직 멀었다. 여느산이랑 다른 점은 신선대 정상을 갔었는데 좁다. 그리고 뭔가 우뚝 솟은 소나무처럼 높다. 밑에 내려보기는 싫고, 봉을 잡고 올라가는 것도 색다르다.


Y계곡도 가보고 싶었는데 주말에는 일방통행이라 가지 못했다.  그렇게 우회로로 돌아서 다시 도봉산역 쪽으로 내려가는데 산이 가파르다 계단을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안 보인다. 아 내가 올랐던 방향은 오히려 다행이었구나, 이 길로 올라왔다면, 생전 본 적 없는 염라대왕님과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왔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예전과 달라진 점은 요새는 하산하는 게 덜 힘들다.  (올라가는 건 힘든 건 매한가지다)




6. 산책 코스 같던 여섯 번째 인왕산(338.2m)

인왕산 등산 22년 6월

여기는 아는 동생이랑 둘이서 등산이라고 쓰고 산책이라고 읽는 발걸음을 다녀왔다. 다녀오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줄 알았지만 똑같다. 보이는 뷰는 종로 모습 그리고 청와대 아주 조금.


대학교 친구 중에 새벽마다 출근 전에 인왕산 등산을 하고 출근을 하는 친구가 있다. 리스펙트, 난 게으르니(?) 아마 며칠이나 할 수 있을까?


성곽길들을 따라 걸으면서 그냥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걸으니 정상까지 금방이었다. 산책코스로는 나쁘지 않네 싶은 그런 곳.


아직 북한산도 막상 못 가봤고, 안 가본 산들이 많다. 블랙야크의 100대 명산을 등산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안 다치고 욕심안 내고 건강해지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새로운 산들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 보니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


청계산도 몇 번 더 가고, 겨울의  한라산 설산을 가볼까 싶기도 하다. 간이 있을 때 등산을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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