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군 Nov 12. 2017

셋째 날_ 그들만의 소문난 잔치, 군함도를 가다

빠져있는 조선인 강제징용 이야기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 (군함도)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을 뒤로한 채 미리 예약해 두었던 군함도를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 항구로 떠났다. 솔직하게 말하면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군함도가 등재된다는 사실을 접하기 전까지 군함도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일본의 정치 수업을 들어도 굳이 다뤄지는 문제도 아니었고, 이 분야에 관심이 그렇게 있지도 않아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이야 영화로 군함도가 나왔기도 하고,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말이다.


  도착했던 항구는 날씨가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구름이 많다는 것 때문일까?  그래도 나가사키의 여름은 생각 이상으로 덥다는 사실은 똑같았다.


  항구에 도착을 하니, 세계유산 등재된 또는 세계유산 등재 후보에 대한 홍보물들이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정리를 잘 해놓은 듯했다. 그리고 방문 전에 늦게 가서 못 탈 것을 대비해서  미리 군함도 상륙 코스를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도 해온 상태라서, 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보다는 상륙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http://www.gunkan-jima.net/en/


  위에 사진은 군함도 영문 예약 사이트이다. 우측 상단에 빨간색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면, 군함도 상륙 크루즈를 예약할 수 있다. 기억으로는 오전 오후 한 번씩 운영을 하는 것으로 되어있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상률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군함도는 나가사키 항구로부터 16km 정도 떨어져 있다.


  군함도를 가는 크루즈를 타는 모습, 여름이라서 2층에 올라가서 앉아있었다. 물론 내가 배 멀미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더더욱 2층으로 가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군함도를 방문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들도 찾아보고, 영화로 나왔던 군함도도 봤던 터라 어떤 모습일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방문을 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된다.

  출발을 하니 조금은 불안하게도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관광 크루즈는 타본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항해를 하는 내내 선장 혹은 부선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주변 경치들 또는 건물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위의 사진에서 우측에 보이는 크레인들은 미쯔비시 중공업이라는 설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미쯔비시 조선소의 사진들을 열신 찍어대는 일본인 관광객들, 관광을 할 때 안내 멘트는 일본어로만 제공이 되었고, 별도로 다른 언어로는 제공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일본어를 배웠던 상황이라서 100%까지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설명들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설명을 하시는 분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있으면서, 미쯔비시 조선소 그리고 나가사키가 일본의 근대화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써 큰 작용을 했다는 말들을 이야기하였다.

  나가사키 여행을 다니면서 보였던 문구가 바로 일본의 근대화라는 단어였다. 예전부터 나가사키는 일본의 주요 항구로써 서양의 문물들이 오갔던 중요한 장소 중 하나였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천주교 관련된 유적지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나가사키도 그렇고 히로시마도 그렇고 당시 일본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원폭의 대상지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설명들을 들으면서 상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군함도는 그림 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기존에 탄광에다가 시멘트들을 부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다 보니 나중에 모습이 군함과 비슷해져서 하시마 또는 군함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상륙을 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난간에서 군함도의 모습들을 눈으로 담아내다가도 카메라에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방문을 환영한다는 것인가? 날씨는 아주 맑았다. 그리고 더운 날씨 때문에 크루즈선에서는 자체적으로 밀짚모자를 준비해둬서 사람들이 나갈 때 밀짚모자를 쓰고 나가고 반납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도착을 하니 자체적으로 가이드가 나와서 설명을 마구마구 해주었다.

  사람들은 설명을 들으면서 놀라움을 표현하는 듯하였다. 일본의 최초 아파트 형태를 만든 동네라던가, 섬인데도 불구하고 영화관 같은 편의 시설들이 있었다는 것 등등. 이곳이 일본의 근대화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작용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이 안에는 강제로 징용되어서 석탄을 캐야 했던 우리 조상들에 대한 내용은 전혀 있지 않았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할 것인데, 오로지 명(明) 밝은 부분만 강조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마구 든다.


  여러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섬의 윗부분만 볼 수 있었던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탄광지역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어떠한 형태였는지는 봤었다면 더욱 군함도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더욱 잘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날씨가 좋으면 육지도 보이던 상황에서 탈출을 해도 잡히기 일쑤였고, 아쉽게도 군함도 앞으 해류 또한 결코 약하지 않아 보였다.


  어찌어찌 16km나 되는 해역을 무사히 건너서 나가사키에 도착을 했었다고 해도, 나가사키 역시 일본인들의 영토였기 때문에, 다시 잡혀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사 카기 원폭이 투하된 이후에도 그 지역의 처리를 하기 위해서 당시 한국인들을 투입해서 정리를 시킬 정도로 악독했다. 일본의 여러 곳들을 다니면서, 관련된 공부를 해오고 있지만 일제 식민지는 여전히 우리 조상님들에게 많은 해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근대화를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그들이 행한 악행들을 잊히게 할 만큼의 효과를 가져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찍은 군함도 모습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군함도는 무언가 웅장하면서도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저 섬에서 누군가는 희망을 꿈꿨겠지만, 누군가는 지옥을 맛보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양면성이 짙은 곳이라고 생각이 된다.

항구에 도착을 하니 여행사 측에서 군함도 상륙 증명서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2017년 8월 24일 그렇게 나의 나가사키 여행은 끝이 났다. 휴가 때마다 역사적인 장소들을 하나씩 방문하고, 그것을 빌미로 관련된 자료들을 읽어보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조금씩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이 정리가 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군함도를 방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셋째날_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흔적을 찾아 떠나다 2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